스케이팅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스피드라 하겠다. 오늘(19일) 할빈에 위치한 중국 흑룡강스피드스케이팅관에서 각 대표팀은 이번 대회의 첫 금메달인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의 금메달을 두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졌다.

사진설명: 여자 500m 스피드스케이팅 수상대에 오른 선수들(왼쪽부터 차례로 우정, 이상화, 장상)

1초도 아닌 0.22초

오늘 아침 9시 나는 이번 동계유니버시아드의 첫 금메달이 산생되는 흑룡강스피드스케이팅관을 찾았다. 이번 대회의 첫 금메달이 산생되는 곳이여서 그런지 스피드스케이팅관은 많은 관중들의 발길을 모았다.

누가 오늘 여자 500m 금메달의 주인공일가?

장내에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나왔다. 우선 국가별로 볼때 네덜란드, 캐나다 등 전통적인 스피드스케이팅 강팀이 이번 대회에 제2 선수들을 파견해 중, 한, 일 3국이 이 종목에서 우세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중 중국팀에서는 우정(于?)과 임혜(任慧), 장상(張爽)선수가 가장 유력한 금메달 경쟁자로 분석되었고, 한국팀에서는 17살때부터 국제경기에 나서 스피드스케이팅에 남다른 기를 보여준 한국 빙속단거리 "女帝" 이상화선수가 단연 1위로 꼽혔다. 왜냐하면 동계 아시안게임 챔피언인 중국 선수 왕북성(王北星)이 불참해 이상화에게 더욱 많은 기회와 야심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석은 분석에 그칠뿐 누구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고 장내는 기대가 고조된 관중들의 흥분과 함께 긴장되고 살벌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과보다 더 중요한건 그 과정을 지켜본 순간 순간들이다.

이번 경기에는 28명 선수가 참가했다. 1차 레이스에서 중국 선수 장상이 일본 선수 나오 코다이라와 함께 12조에서 달리게 되고, 중국 선수 임혜가 한국 선수 이보라와 함께 13조에서 달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상화와 우정이 제일 마지막 소조인 14조로 정해졌다. 관중들로 놓고 말하면 볼거리가 더 많아진 셈이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장상, 나오 코다이라, 임혜, 이보라… 선수들의 타는 모습도 멋있었지만 이상화와 우정의 경기가 가장 격동적이였다. 쏜살같이 타는 선수들을 보면서 관중들은 긴장한 나머지 너나 할것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스피드스케이팅! 참으로 감탄을 연발케하는 경기다. 1차 레이스에서 이상화가 최고 38.20의 성적으로 우정선수를 0.22초 앞섰다. 우정선수를 놓고 말하면 참 안타까운 성적이다. 중국 선수 임혜(任慧)와 장상(張爽)는 38.80과 38.95로 이상화와 우정보다는 차이가 보였다. 하지만 이변이 많은 종목이라 2차 레이스에서 잘 타면 누구든 가능성은 있었다.

스피드의 매력에 빠져 그 "신화"의 기록자가 되다

2차 레이스는 남자 500m 경기 1차 레이스 후 계속되었다.

사람을 격동케하는 여자 500m 2차 레이스, 이상화와 우정이 또 한조로 마지막 순서다. 그들 앞에서 다른 두 메달 경쟁자인 중국 선수 임혜(任慧)와 장상(張爽)이 달린다.

제2차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경기 장내 전광판은 경기 순간 순간의 성적을 기록해주고 있다. 또 소조 경기가 끝낼 때마다 소조 경기 성적이 공포됨과 동시에 선수들의 순위도 변한다. 하지만 최종 경기결과를 더 빨리 알려면 경기성적을 기록해야 했다.

나의 기록이 틀리지 않는다면 동메달은 장상의 몫이였다.

드디어 이상화와 우정 두 선수가 스타트선을 넘게 되었다. 두 사람의 스타트 동작, 비슷한 것 같지만 약간의 차이가 났다. 우정이보다는 몸을 좀 더 낮추고 출발 총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이상화, 누구의 동작이 더 강세를 보일지 두고봐야 할때이다. '탕!' 출발 총성이 경기장을 울렸다. 경기장 내의 모든 시선은 빙판위의 선수들에게 고정되었다. 장내 관중들의 환호성 속에서 두 선수는 '불꽃'을 튀기며 쏜살같이 장내를 반바퀴 돌았다. 시각적으로는 이상화가 조금 앞선듯 했다. 아니, 우정이도 바싹 따라왔다. 결승선까지 100m도 남지 않았다. 그래도 누가 이길지 가늠할수 없었다. 두 선수다 막판 스퍼트으 스피드를 올리고 있다. 눈깜작할새도 없이 지켜본 순간! 이상화가 우정이보다 좀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것 같다. 결과가 공포되었다. 이상화가 38초 16으로 우정이를 앞섰다. 1차 레이스와 2차 레이스를 합계해야 할 시간이다. 암산이 어려워 종이에 적어 계산할 수 밖에 없었다. 결과 두 사람의 차이는 0.53초, 눈깜작도 할수 없을 순간인 것이다. 나는 그 스릴를 돌이키면서 다시 한번 스피드의 매력을 느꼈다.

중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스피드 대결

이번 대회의 12개 종목 중 단일 종목으로는 금메달이 가장 많아 14개 금메달이 산생되게 될 종목이 바로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이다. 중한 양국에서 이 종목에 모두 국가팀을 파견해 이미 중한선수간 금메달 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것이 예고되었다.

이날 남자 500m 경기는 여자 500m 경기 1차 레이스 후에 시작되었다. 이 경기에 참가한 중국의 간판 선수는 2005 세계 단거리 선수권대회 500미터 금메달 획득자인 우봉동(于鳳桐)이고 한국의 간판 선수는 한국에서 빙판위의 '총알'로 불리우는 이강석 선수이다.

남자 500m경기는 스피드스케이팅이 초를 다투는 시간싸움이고 이변이 수시로 따르는 경기임을 다시한번 느끼게 한 경기였다. 왜냐하면 1차 레이스에서 중국 선수 우봉동이 한국 선수 이강석을 제치고 0.02초의 간발의 차로 1위에 올랐다가 2차 레이스에서는 이강석선수보다 0.07초 뒤떨어지면서 은메달을 목에 걸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팀에 금메달을 선사할 수 있었던 우봉동, 그 아쉬움은 선수 자신이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어쩌면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선수들의 순발력과 실전경험도 중요하지만 욕심을 버릴줄 알고 자신감있는 심리소질이 스피드를 좌지우지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또한 관중들은 경기 결과보다 경기를 관람하는 과정을 통해 스피드의 쾌감과 스릴을 느겼을 것이고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활력을 찾았으리라 믿는다. 내 체험이 그 점을 잘 말해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