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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구  "萍水相逢(평수상봉)"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우연히 만남
2012-03-02 17:46:15 cri
평수상봉(萍水相逢)

글자풀이: 부평초 평(萍), 물 수(水), 서로 상(相), 맞이할 봉(逢)

뜻풀이: 물에 떠다니던 부평초가 서로 만난다는 뜻으로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우연히 만남을 비겨이르는 말이다.

유래:

강서성(江西省) 남창(南昌)의 감강(贛江) 기슭에 높이 솟은 등왕각(縢王閣)은 천년 전의 웅장한 모습을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당(唐)나라 고조(高祖)의 아들 원영(元嬰)이 홍주자사(洪州刺使)로 있을 때 세워진 이 누각은 원영의 봉호(封號)에 따라 이름한 것이다. 원영이 이곳을 떠나자 등왕각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었고 새들이 둥지를 틀고 서식하면서 점점 황폐해졌다.

(사진설명: 등왕각)

당나라 고종 함형(咸亨) 2년에 염백서(閻伯嶼)라는 인물이 홍주도독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염백서는 낡고 허름해진 등왕각을 중수(重修)하고 9월9일 중양절을 맞아 낙성을 축하하는 연회를 베풀었다. 등왕각에는 초대받은 왕장군(王將軍), 맹학사(孟學士)를 비롯해 천리 먼곳의 하객들까지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당시 연회에서는 시에 뛰어난 문사를 청하여 서문(序文)을 남기는 것이 관례였는데 염백서는 이를 기회 삼아 문사였던 사위 오자장(吳子章)의 재주를 자랑할 심산이었다.

연회가 시작되자 하객들은 관직과 나이순에 따라 차례로 착석했다. 염백서는 사람을 시켜 문방사보인 종이, 붓, 먹, 벼루 등를 내오게 했다. 그리고는 좌중의 하객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 공들께서 자리를 빛내주시니 길이 남을 성연일세. 부디 마음껏 운필하시어 새롭게 태어날 등왕각에 훌륭한 서문을 남겨주시구려."

문방사보는 관직순에 따라 차례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염백서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문구사보는 가장 연소하고 관직이 낮은 왕발(王勃)의 손에 돌아왔다. 왕발은 조금도 주저하는 기색이 없이 이를 받아 자기 앞에 내려놓았다.

연회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도독염공이 베푼 성대한 잔치에서 주인의 흥을 깨고자 작정한 것 아니오?"

왕발은 아랑곳 하지 않고 붓을 들어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어린 자가 감히 나에게 대적하다니!" 화가 잔뜩 난 염백서는 서동(書童)에게 그의 문장을 전해달라 명하고는 도포자락을 날리며 자리를 떴다.

"낙하여고목제비(落霞與孤鶩齊飛)

추수공장천일색(秋水共長天一色)!

저 하늘 노을은 짝 잃은 기러기와 나란히 하고,

가을 물빛은 높은 하늘과 같은 색이로구나"

왕발의 화려한 문필에 사람들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고의 걸작이요. 천재난봉(千載難逢)인 자로다" 하객들은 저마다 극찬하였다.

이를 전해 듣고 자리에 돌아온 염백서는 그제서야 왕발에게 경의를 표하고 깍듯이 대했다.

왕발의 "등왕각서(滕王閣序)"는 오늘날까지도 명문장으로 회자되고있다.

왕발은 훗날 초당(初唐) 4걸(四傑)이라 불리며 중국 당나라 초기의 대표적 시인으로 그 명성을 날렸으나 미천한 신분 탓에 정치에서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여 늘 불만이 가득했으며 그 슬픔을 글에 담아내곤 했다.

"關山難越(관산난월)하니 誰悲失路之人(수비실로지인)고

萍水相逢(평수상봉)하니 盡是他鄕之客(진시타향지객)이라"

"관산고개 넘기 어렵다는데 그 누가 길 잃은 자를 애처로이 여길고

부평초와 물이 만나듯 모두가 우연히 만난 타향의 길손들이네."

평수상봉은 서로 잘 알지 못하던 사람들끼리 물에 떠다니는 부평초같이 우연히 만남을 비겨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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