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습이장(什襲而藏)
◎글자풀이: 열 사람 십(什), 염습할 습(襲), 말이을 이(而), 감출 장(藏)
◎뜻풀이: 열 번이나 겹겹이 싸서 갈무리한다는 뜻으로 물건을 아주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을 비유한다.
◎유래:
사자성어 십습이장은 송(宋)나라 때 보잘것없는 물건을 소중하게 간직한 한 어리석은 사람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는데 이 이야기는 "태평어람"에 실려있다. "태평어람"은 송나라 태종 시기 재상 이방(李昉)이 인재들을 모아 8년에 걸쳐 편찬한 백과사서로서 총 1,000권이며 송태종 조광의의 연호를 따서 "태평어람"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송나라에 천성이 우둔하고 고집이 세며 일확천금의 허황한 꿈을 꾸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빈둥대며 허송세월보내는 게 다였다. 하루는 그가 오대(梧臺) 동쪽에서 돌 하나를 주워 손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빈둥대고 있던 중 손에서 전해지는 촉감이 심상치 않음을 느껴 자세히 살펴보았다. 돌은 표면이 반들반들하니 은은한 광택을 뿜고 있었다. 불현듯 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은 돌을 가슴에 품고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돌을 꺼내어 보고 또 보았다.
"옥이야. 틀림없어!"
그는 자기만 아는 곳에 돌을 넣어 두었다.
"나도 이제 부자가 되었으니 이웃들에게 나의 존귀한 신분을 알려야겠어."
그는 화씨벽보다 10배 귀한 보옥을 갖고 있노라며 동네방네 자랑했다. 소문이 퍼지자 귀한 보물을 한번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대문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웃들의 관심에 어깨가 으쓱해진 송나라 사람은 이웃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일이 길일이니 여러분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차 한잔 대접하려 하오. 그리고 다들 알고 있는 귀한 보물을 구경할 기회를 주겠소."
다음날이 되었다. 송나라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깨끗이 목욕을 한 후 설날에만 입는 포의(袍衣)를 꺼내어 단정히 차려입었다. 이윽고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 모이자 그는 커다란 상자 하나를 힘겹게 옮겨 사람들 앞에 가져다 놓았다.
"대체 얼마나 큰 보물이길래…" 이웃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송나라 사람이 천천히 상자를 열자 안에는 다른 상자가 들어 있었다. 두 번째 상자를 여니 또 다른 상자가 들어 있었다. 그렇게 열 번이나 거듭한 끝에서야 비로소 작은 보자기가 나왔다. 주인이 보자기를 한겹한겹 조심스레 펼치자 드디어 보물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내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말한 보물은 옥이 아닌 옥을 닮은 연산에서 나는 돌 연석(蓮石)이었던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보게. 연석 따위로 여태 호들갑을 떨었던 게야? 보물은 무슨…"
그 말에 화가 난 주인은 보물을 다시 비단 보자기에 곱게 싸고 열 개의 상자에 넣은 후 힘겹게 안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는 믿을 수 없어 도읍에 있는 한 보석상을 찾아가 자신의 보물을 감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보석상의 말도 이웃들의 말과 똑같았다. 그가 애지중지하던 보물은 옥이 아닌 평범한 연석에 불과했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사자성어 십습이장은 열 번이나 겹겹이 싸서 갈무리한다는 뜻으로 물건을 아주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