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4 10:05:29 | cri |
半面之交(반면지교)
◎글자풀이: 절반 반(半), 낯 면(面), 의 지(之), 사귈 교(交)
◎뜻풀이: 잠깐 만난 사이인데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는 뜻으로 친분이 돈독하지 않은 사이를 이르는 말이다.
◎유래:
동한시기 유명한 학자 응봉(應奉)은 어릴 때부터 남달리 총명하고 박학다식하였다. 특히 기억력이 비상하여 자라면서 생긴 일들을 빠짐없이 기억하였으며 한번 보거나 경험한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았다.
당시 백성들의 억울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에 사람을 파견하여 재수사를 진행하는 일이 잦았다. 한번은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연류된 소송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하여 기억력이 뛰어난 응봉이가 수사를 맡게 되었다. 24곳 지방을 돌며 수사를 끝내고 관청에 돌아온 응봉은 기록한 자료를 보지도 않고 그동안 만난 사람들과 생긴 일들을 빠짐없이 보고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고인의 묘비에 새겨지는 비문은 신분에 따라 사용되는 필체와 문구가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많은 문인과 학사들은 비문을 무척 중요시했다. 어느날 응봉은 함께 수사를 나온 허훈(許訓)과 말을 타고 묘지 앞을 지나게 되었다. 이때 허훈이 갑자기 말을 멈춰세웠다.
"이토록 아름다운 필체가 있다니… 필히 뛰어난 문인일 것이야."
화려한 필체와 아름다운 문구가 새겨진 비석을 본 허훈은 말에서 내렸다. 그는 비석 가까이 다가가 장문의 비석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응봉은 비문을 대충 눈으로 훑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말에서 내려서 볼것까지 있습니까? 돌아가면 내가 그대로 적어줄테니 그만 타시지요."
허훈은 속으로 몹시 언짢았다. 응봉이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긴 비문을 한번 보고 기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허훈이 끝까지 믿지 않자 응봉은 할수없이 말에서 내렸다. 그는 비석을 등지고 서서 먼 산을 바라보며 비문을 읊어내려갔다.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읊었지만 허훈은 여전히 반신반의하였다.
"분명 어디선가 이 비문을 본 적이 있을 것이야."
허훈은 응봉을 시험하기로 했다. 허훈은 오는 길에 관사며 빈객, 병사, 그리고 많은 하인들을 만나면서 생긴 일들을 꼼꼼하게 기록하였다. 도성에 도착하자 기록한 내용을 응봉에게 보여주었다.
"그동안 기록한 내용들일세. 한번 보게나."
응봉은 대충 넘겨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빠뜨린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 소홀한 것 아닙니까?"
응봉의 말에 허훈은 어안이 벙벙했다.
"빠뜨리다니... 대체 어느 부분이란 말이오? "
그러자 응봉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영천륜씨(潁川綸氏) 집에서 물을 마시며 목을 축였던 일을 까맣게 잊으셨단 말입니까? 기록에 빠져있지 않습니까."
그때야 기억이 떠오른 허훈은 응봉의 기억력에 탄복하고 말았다.
응봉이 팽성(彭城)에 있는 원하(袁賀)를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주인이 외출 중이라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가 되돌아가려고 할 때 하인 한명이 문을 빼꼼히 열었다. 그 하인은 얼굴 반쪽만 내밀더니 차갑게 몇 마디 던지고는 귀찮다는듯이 대문을 닫아버렸다.
그 뒤 수십 년이 흐른 어느날 길을 가던 응봉은 우연히 그 하인과 마주쳐 아는체하였다. 느닷없이 인사를 건네받은 하인은 당황하며 누구시냐고 물어왔다.
"나를 모르시겠는가? 하기야 나와는 '반면지교' 밖에 없으니 무리도 아니지. 옛날 팽성 원하네 있지 않았느냐?"
응봉은 이렇게까지 설명했지만 하인은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듯 고개만 갸우뚱했다.
이는 후한 응봉전(應奉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반면지교(半面之交)란 잠깐 만난 사이인데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는 뜻으로 친분이 돈독하지 않은 사이를 이르는 말이다. 한두 번 만나 약간의 교분이 있음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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