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도심에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소중한 공간이 있다. 바로 유명한 관광지 왕부정(王府井)거리이다. 남북 방향으로1600m 정도 되는 왕부정 거리는 옛스럽고 순박하면서도 번화한 쇼핑의 중심가로 유명하다.

베이징에서 왕부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곳의 역사와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왕부정대가라는 이름은 1915년에 확정됐다. 요나라, 금나라 시대 왕부정은 무명의 작은 마을이였다. 원나라에 이르러 쿠빌라이가 베이징에 도읍을 정한 후 이 마을은 흥성하기 시작했고 "정자가(丁字街)"라는 이름을 가졌다. 그리고 명성조 때 이 일대에는 10개 왕족 저택이 건설되면서 십왕부(十王府) 또는 십왕부가(十王府街)로 불리웠다. 명나라가 멸망하면서 왕족 저택도 따라서 몰락했고 사람들은 이곳을 왕부가(王府街)라 불렀다.

청나라 광서(光緖), 선통(宣統) 연간에 이곳은 번화하기 시작했는데 거리 양측에는 많은 가게와 점포들이 들어앉았고 유명한 시가지로 부상했다. 1915년에 당시 북양정부 내정부는 <북경상도(北京詳圖)>를 제작하면서 이 거리를 3개 구간으로 나눠 북쪽 구간은 왕부대가(王府大街), 중간 구간은 팔면조(八面槽), 남쪽 구간은 맑은 물이 나는 우물이 있다 하여 왕부정대가라 이름했다. 그리고 점차 전체 거리를 왕부정대가라는 지명으로 통일했던 것이다.

이밖에 왕부정대가는 그 지명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전한데 의하면 왕부정대가에는 한 왕족의 저택이 있었다. 그리고 저택에는 우물 하나가 있었는데 상질의 물이 나왔다. 수질이 좋지 않았던 당시 베이징에 맑은 물의 우물이 있다는 것은 드문 일이였다.

어느해 베이징은 심각한 가뭄이 들어 거의 모든 우물이 말라들었다. 권세가 있는 부자들은 몇십리 밖의 옥천산(玉泉山)에서 물을 구해 마셨으며 물을 구할길이 없었던 일반 백성들은 말라든 우물의 흙탕물을 마시며 겨유 연명했다.

당시 베이징에 물이 나는 우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왕족 저택의 우물이 바로 그 중의 하나였다. 게다가 이 우물의 물은 수질이 매우 좋았다. 저택 주인은 이것은 하늘이 내린 복이며 저택과 우물 모두 용맥에 위치해 있어 하늘의 보살핌을 받는다며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저택 주인은 심보가 고약한 사람이였다. 그는 우물에서 나는 물을 백성들에게 나눠준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이 우물 근처에 얼씬하지 못하게 하인을 보내 지키게 했다. 우물을 지키던 사람은 연세가 있는 노인이었는데 이런 주인의 행실에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주인 몰래 백성들이 물을 떠가게 했다.

그러던 어느 하루 저택 주인이 그 사실을 알고 노인을 불러 추궁했다. 이에 노인은 이렇게 답했다.

"주인님의 분부를 따르지 못한 것은 저의 잘못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주인님을 위해서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은 터무니없는 변명이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 이유를 들어보고 싶었다.

이에 노인은 "지체가 높으신 주인님께서 앞으로 일꾼이 필요할 때가 많을 텐데 주변의 백성들이 다 죽어가면 어디서 일손을 구하겠습니까. 소인의 말이 틀린다면 앞으로 물 한방울도 내주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노인의 말을 들은 주인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더는 추궁하지 않았고 백성들이 물을 퍼가는 일을 관여하지 않았다.

그 후로 노인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고 이 우물에서 물을 떠가는 백성이 점점 더 많아 졌으며 몇십리 밖의 사람들도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왕족 저택의 이 우물은 당시 큰 역할을 발휘해 많은 백성들을 살렸다. 그때로 부터 주변 사람들은 이 우물을 왕부정(王府井) 즉 왕족 저택의 우물이라 불렀고 주변 일대를 왕부정대가라 이름했으며 그 지명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번역/편집: 조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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