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가 남긴 옛 베이징성은 내성과 외성으로 구성된 철자형(凸字形) 도시로 내성에는 9개 성문, 외성에는 7개 성문을 건설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정양문(正陽門) 성루와 전루, 덕승문（德勝門）전루가 전부이며 나머지는 지명으로 남아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현재 베이징 지명에는 내성과 외성 16개 성문 외에 화평문(和平門), 부흥문(復興門), 건국문(建國門)이란 3개의 문이 더 있다. 그럼 이 3개의 문도 옛 날 성문이 있었던 곳이었을까? 명청시기 옛 베이징성의 성문은 단순히 출입 통로가 아닌 빈틈없이 설계된 군사 방어 시스템이었다.

성문마다 성루(城樓)와 전루(箭樓)가 설치됐고 양자를 연결하는 옹성(甕城)이 있으며 그 사이에는 폐쇄된 공간이 조성돼 적군이 일단 침입하면 옹성내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화평문과 부흥문, 건국문은 모두 상기 시설을 갖추지 않았다. 이 3개의 문은 청나라가 멸망한 후 교통의 편리를 위해 육속 옛 성벽에 뚫은 통로에 불과했다.

화평문은 1926년에 건설됐는데 그 목적은 내성 남쪽 성벽에 의해 막힌 북신화가(北新華街)와 남신화가(南新華街)를 연결하기 위해서였다. 북신화가는 청나라 시기 남북 방향으로 뻗은 배수로였다. 1913년에 원세개(袁世凱) 정부는 이 배수로를 지하 배수로로 개조했고 지상에 북쪽 서장안가에서 남쪽 내성 남쪽 성벽에 이르는 도로를 건설했다. 그리고 북신화가라 이름했다. 원래 계획은 정양문과 선무문(宣武門) 사이 성벽에 통로를 뚫어 북신화가와 외성에 새로 건설한 남신화가를 연결시키고 중남해(中南海) 원세개 총통부 서쪽 담벽밖에 새로 건설한 부우가(府右街)를 연결시켜 내성과 외성을 관통하는 남북 방향의 도로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양문 밖의 거상들은 이런 교통의 변화로 고객이 줄어들어 장사에 피해될까 우려해 성벽에 통로를 뚫으면 풍수에 영향을 주어 정국 안정에도 불리하다며 당국을 설득했다. 이에 원세개는 그 말을 믿고 성벽에 통로를 건설하는 계획을 포기했다.

그후 1926년 4월, 풍옥상(馮玉祥) 국민군 장령 녹종린(鹿鍾麟)이 베이징 경위사령으로 임명된 후 남,북신화가를 가로 막은 성벽에 두개의 구멍을 뚫어 상행과 하행 통로를 부설했으며 철문을 만들어 화평문이라 이름했다. 그리고 1958년에 교통을 개선하기 위해 이 두개의 작은 문은 철거되고 성벽에 더 넓고 큰 문이 건설됐다. 그후 교통의 편리를 위해 많은 성벽과 성문이 육속 철거됐으며 지금은 지명으로만 남았다.

한편 부흥문과 건국문은 일본침략군 베이징 침략 시기에 내성 동서 성벽에 뚫은 2개의 문이다. 베이징의 지도를 보면 옛 베이징성 내성 동쪽에는 조양문과 동직문이 있고 서쪽에는 부성문과 서직문이 있는데 그 위치가 북쪽으로 더 치우쳤다. 하여 내성 남부에는 동서 방향으로 뻗은 간선 도로가 부족했다. 하지만 군벌이 혼전을 벌이던 당시 그 누구도 감히 성벽에 통로를 뚫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베이징시 당안관의 1999년 제4기 <베이징 당안 역사 자료> 에 기록된 <일본 침략시기 화북 도시건설 개황>에 따르면 일본 침략군은 1939년부터 베이징 서부 외곽에 상업 활동과 주거를 목적으로 한 '서가시(西街市)'를 건설했고 동부 외곽에는 공업단지로 사용되는 '동가시(東街市)'를 건설했다. 그리고 이 두개 지역과 성내 교통을 연결하기 위해 동,서 내성 성벽에 각각 새로운 성문을 세웠으며 동쪽은 기명문(啓明門), 서쪽은 장안문(長安門)이라 했다. 하지만 이 두개 성문은 성벽에 구멍을 낸 정도였으며 문짝 하나 없이 초라했다. 이것은 당시 물자 부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본이 투항한 후 대중들의 강력한 요구로 1945년에 이 두개의 문은 각각 건국문과 부흥문으로 개명됐다. 지금의 베이징은 옛 성문 자리에 대부분 입체 교차로가 건설됐으며 사라진 옛 성문에 대한 아쉬움은 있으나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고 현대화의 활력이 넘치는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번역/편집: 조옥단

korean@cri.com.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