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풀이: 귀신 신(神), 재주 기(機), 묘할 묘(妙), 셈할 산(算)
◎뜻풀이: 뛰어난 재주와 신묘한 계책을 이르는 말이다.
◎유래:
이 고사성어는 적벽대전의 유명한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유비의 군사(軍師)인 제갈량은 오나라의 대도독(大都督) 주유(周瑜)와 동맹을 맺고 조조군에 맞서게 되었다.
지혜롭고 계략이 뛰어난 제갈량에게 강한 질투를 느꼈던 주유는 제갈량이 자신의 출세에 걸림돌이 되고 장차 오나라의 천하통일에 방해될까 두려워 제갈량을 몰래 제거하려는 계책을 꾸몄다.
어느날 주유는 수하장군(將帥)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제갈량에게 물었다.
"제갈선생, 우리 군이 100만 조조대군에 맞서려면 10만대의 화살이 필요합니다. 군사께서 열흘 안에 화살 10만대를 마련해 줄 수 있겠습니까?"
이에 제갈량은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장군께서 내린 명을 어찌 제가 감히 거역하겠습니까. 조조군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열흘이라는 시간은 너무 긴 것 같습니다. 사흘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주유는 제갈량이 약속을 어길 시 군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군령장을 쓰게 했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제갈량이 어리석다고 비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힘으로 사흘 안에 10만대의 화살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갈량의 호언장담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지라 오나라의 노숙(魯肅)을 시켜 동태를 살피게 했다.
제갈량을 찾아간 노숙은 눈앞의 광경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제갈량은 태평하게 앉아 거문고를 타며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화살 그림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노숙을 보자 제갈량은 그의 소매를 당기며 은밀히 부탁했다.
"부디 공께서 도와주십시오."
노숙이 물었다.
"목숨을 걸고 10만대의 화살을 사흘 안에 만들어 바치겠노라 대답한 선생께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만들어도 모자를텐데 어찌 이렇게 손을 놓고 계십니까? 하오니 제가 무슨 방법으로 도울 수 있겠습니까?"
제갈량이 대답했다.
" 10만대의 화살은 사흘이 아니라 한 달이 지나도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주유가 저를 해치려는 것이 분명하지요. 부탁 하나만 들어준다면 제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함선 20척에 군사 30명씩 태운 다음 볏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가득 세워주십시오. 함선은 검은색 천으로 덮어주고 북과 나팔, 호르래기을 준비한 후 사흘째 되는 날 저에게 보내주십시오. 단 주유대도독께서 알게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노숙은 제갈량의 생각을 도무지 알수가 없었지만 그의 뜻대로 함선을 마련해주었다. 3일째 되던 날 함대를 본 제갈량은 매우 흡족해하였다. 그날 밤 제갈량은 노숙과 함께 배에 오른 뒤 병사들을 재촉해 북쪽으로 나아갔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이 되었다. 이윽고 함대가 조조 수군(水軍)의 진지 앞에 다다르자 제갈량은 병사들에게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도록 명령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명령에 노숙은 대경실색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선생, 어찌 이러십니까. 목숨을 내놓을 작정이십니까? "
그러자 제갈량은 노숙에게 술을 권하며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이렇게 술이나 마시면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짙은 안갯속에서 북소리가 들리자 적의 기습이라 여긴 조조는 즉시 3천 명의 궁수에게 활을 쏘라고 명령했다. 조조군의 화살이 빗발같이 날아와 함선에 꽂히기 시작했다. 제갈량은 뱃머리를 돌려 함선의 다른 한쪽으로도 날아오는 화살을 받았다.
날이 밝고 안개가 걷히자 제갈량의 20척의 함선들에는 화살이 가득 꽂혔다. 함선에 실은 볏단은 바로 조조군의 화살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었고 제갈량은 기습 공격인 것처럼 꾸며 조조군의 10만 대의 화살을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신기묘산이로구나. 제갈량의 총명함을 내 어찌 따르랴."
사흘만에 10만 대의 화살을 구해 온 제갈량의 지혜에 주유는 무릎을 치며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