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衣推食(해의추식)
◎글자풀이: 풀 해(解), 옷 의(衣), 옮을 추(推), 밥 식(食)
◎뜻풀이: 옷을 벗어주고 음식을 내어준다는 뜻으로 각별히 친절하게 대하여 준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유래:
한신(韓信)은 원래 초(楚)나라 항우(項羽)의 부하로 지냈지만 중용되지 않자 초나라를 도망쳐 한(漢)나라 유방(劉邦)의 군에 가담하였다. 초나라에서 보잘것없는 신세였던 한신은 한나라의 대장군으로 중용되었고 조나라와 제나라를 제패하면서 명실상부한 명장으로 거듭났다.
초나라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되던 전쟁의 양상을 일시에 뒤바꿔 놓고 의기양양해진 한신은 유방에 사신을 보내 승전보를 알리게 했다. 서신에는 전투의 과정과 다른 부탁 한 가지도 함께 적혀있었다. 바로 제나라 백성의 안위를 위하고 명분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을 제나라 가짜 왕으로 봉해달라는 부탁이었다.
한신의 사신이 막 도착했을 때 유방은 모사(謀士) 장량(張良)과 군사를 논의하던 중이었다. 승리 소식에 기뻐하던 것도 잠시 서신을 읽어내려가던 유방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얼굴이 흙빛으로 굳어졌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장량이 유방의 발을 슬쩍 밟으며 귀띔해주었다.
"한신이 군사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국세가 좌우지 되는 상황이니 섣불리 행동했다간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이 기회에 그를 왕으로 후대하여 스스로 굳게 지키도록 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유방은 그제야 사태를 깨닫고 태연한 척 표정을 바로잡으며 말했다.
"사내가 제후를 평정했는데 가짜 왕이 웬 말이냐. 한신을 삼제왕(三齊王)으로 봉한다."
삼제왕으로 등용되고 나서 한신은 째지게 가난했던 시절에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며 자신을 극진히 보살폈던 노할머니에게 황금 이천 냥과 함께 시녀 한 명을 보내주었다. 또 옛날 길거리에서 자기를 괴롭혔던 시정잡배를 잡아 옥에 가뒀지만 살려달라 애원하자 죽이지 않고 자신을 호위하는 무사로 남겼다.
한편 초나라 항우는 부하 중에 한신과 대적할 만한 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에 분개하며 매일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한 대신이 유방과 한신을 이간시키고 높은 관직과 미인으로 한신을 유혹하자고 제안하였다. 항우는 이를 받아들였다.
초나라 대신이 한신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나라 군사를 장악하고 있는 장군께서 한나라 왕에게 허리를 굽힐 필요가 있습니까? 유방으로부터 독립하고 항우와 손잡고 한나라에 맞선다면 천하를 나누어 왕국을 세울 수 있는데 이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그러나 한신은 이를 거절했다.
"내가 항왕(항우)를 섬길 때는 고작 낭중(郞中) 관직에 불과했고 내가 제안한 여러 비책을 들어주고 써 준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 왕은 내게 장군의 인수(印綬)를 내리고 수만의 병력을 맡겼으며 "해의의아, 추식식아, 언청계용(解衣衣我,推食食我,言聽計用)" 했습니다. 즉 자기 옷을 벗어 내게 입혀 주고 먹을 것을 내어주었으며 계획을 들어주고 써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내가 있는 것입니다. 나를 이토록 깊이 신뢰하는 한나라 왕을 배신하라니 가당치 않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의 비웃음은 물론이고 목숨조차 부지하지 못하게 될 것이니 바라건대 항우에게 내 뜻을 전해 주십시오."
대신은 결국 포기하고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이 고사는 <사기(史記)>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실려 있으며 "해의추식"은 여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벗어 주고 자기 밥을 나누어 줄 정도로 다른 사람을 특별히 친절하게 대하거나 돌보아 주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