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기 한 부자간이 함께 전쟁터에 나갔다. 아버지는 이미 장군이 되여 병사들을 지휘했고 아들은 기마대 앞에서 전진하는 졸개병사에 불과했다. 전고가 일제히 울리던 어느 하루 아버지는 화살 한개가 꽂혀있는 화살주머니를 아들에게 건네주면서 "이것은 우리 가문에서 세세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보물로서 몸에 지니고 있으면 힘이 무궁무진해진다. 그러나 절대 화살을 뽑아서는 안되느니라"라고 당부했다.
소가죽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화살주머니에는 최상의 재료인 공작새 깃털로 만든 화살이 들어있었다. 아들은 그 주머니속에 들어있을 예리한 화살촉을 상상해보니 눈앞에서 적군병사가 화살에 맞아 말에서 떨어지는 광경을 보는듯 했다.
과연 아버지의 말처럼 아들은 싸움터에서 전에없던 용맹성을 과시하면서 적군을 하나하나 쓰러눕혔다. 철수의 나팔소리가 울릴 때쯤에 승리에 도취된 아들은 유혹을 이기지 못해 아버지의 당부를 잊고 주머니에 들어있던 화살을 뽑아보았다. 순간 그는 경직될수밖에 없었다. 화살주머니에는 부러진 화살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방금 부러진 화살을 몸에 지니고 용맹무쌍하게 싸웠던 것을 떠올리자 그는 식은땀이 저절로 흘러나오면서 기둥을 잃은 집처럼 의지가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결과 아들은 두려움속에서 적군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전쟁이 끝난 후 아버지는 죽은 아들의 손에 쥐어진 화살을 보면서 무거운 심정으로 "자신의 의지를 믿지 못하면 영원히 장군이 될수 없다"라고 한마디 남겼다.
사람마다 모두 하나의 화살과 마찬가지이다. 탄탄하고 날카로워지고 백발백중하려면 그 화살을 갈고 닦아야 할 사람은 자신뿐이다. 설사 모든 것을 잃었다 해도 의지만 잃지 않고 자신을 믿는다면 꼭 재기할 날이 있을 것이다.
(편집: 안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