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돼지를 쪄서 통채로 큰 그릇에 엎어놓고 주방장이 손님의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잘라서 주는 통돼지 찜요리는 광동(廣東, Guangdong)의 순덕(順德, Shunde) 균안(均安, Jun'an)에 가면 먹거리일 뿐만 아니라 큰 볼거리이도 하다.
넓은 뜰에 통돼지 찜요리를 기다리는 식객들이 가득한데 김이 물물 나는 찜통 뚜껑을 열면 흰 깨를 가득 뒤집어쓴 통돼지가 구미를 당기는 냄새를 풍겨 식객들은 먹기도 전에 입을 다시는 그 경관은 균안에서만 볼수 있기 때문이다.
균안의 통돼지 찜요리는 춘추(春秋)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명절이 되면 동네의 성인남자들이 사당에 가서 돼지고기를 일인분씩 받던 풍습을 이어온 것이다.
단, 과거에는 돼기고기를 날것으로 주었지만 오늘날 순덕에서는 해마다 큰 명절이 되면 통돼지를 쪄서 익힌 돼지고기를 나누어 준다는것이 다르다.
돼지 한 마리가 들어갈 정도로 큰 찜통에 사전에 양념을 한 통 돼지를 넣어 쪄서 익힌 다음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먹으면 자신이 마치 수호전(水滸傳)에 나오는 용사인양 느껴진다.
통돼지 찜요리를 만드는데는 밀방이 필요하지 않다. 대신 돼지 한 마리가 통채로 들어갈만한 찜통과 그 찜통을 넣을만한 큰 가마와 그 큰 가마를 걸수 있는 큰 부엌이 있어야 한다.
나무로 만든 네모난 찜통 바닥에는 작은 구멍 4개와 큰 원형의 구멍이 하나 있는데 돼지는 찜통안의 나무받침대위에 얹어서 김이 잘 서리게 한다.
적당한 크기의 토종돼지의 뼈를 갈라내고 뱃속으로부터 칼을 대고 보이지 않게 큰 몇개 부분으로 갈라준다. 그리고 소금과 설탕, 후추가루 등 양념을 겉과 속에 골고루 뿌려 둔다.
약 2시간이 지나 양념이 고루 들었다고 생각되면 돼지를 찜통에 넣어 뚜껑을 닫은 다음 가마에 얹어 큰 불에 찐다. 약 1시간이 지나면 통돼지가 익게 된다.
찌는 과정에 생성되는 돼지기름이 찜통의 구멍을 통해 가마에 떨어져 통돼지 찜요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조금도 느끼하지 않다. 또한 나무로 된 찜통이 수증기를 흡수해 돼지고기가 맞춤하게 마르게 된다.
이밖에 균안의 또 다른 먹거리는 생선떡이다. 생선의 껍질을 벗기고 뼈를 갈라내고 내장을 버린 다음 짖찧어서 그 속에 소금과 꿀을 넣어 둥글게 빚어 기름에 튀기면 생선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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