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의 고향이라 이해할만도 한데 술좌석에 앉을 때부터 심상치 않다. 술상에서 주인과 손님, 어른과 후배의 좌석은 엄연히 각자 달라서 조금이라도 대충 넘어갈수 없다.
룸의 입구를 마주한 좌석이 보통 주인이나 음식료를 계산하는 사람의 자리이다. 그리고 그 맞은켠에는 주인과 함께 손님을 모시는 두번째 주인이 앉는다. 첫번째 주인은 장주(庄主)라 하고 두번째 주인은 주배(主陪)라 하는데 이름은 달라도 모두 손님을 모시는 주인이라는 의미이다.
그래도 주인의 좌석을 모를 경우에는 냅킨을 접어 놓은 모양을 보고 판단하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 룸에 들어서면 둥그런 식탁에 술잔과 수저, 이쁘게 접어 놓은 냅킨이 있는데 두 좌석의 냅킨만은 다른 냅킨과 모양이 전혀 달라 첫 주인의 냅킨은 높게 둥그렇게 접어 잔에 꽂아두고 두번째 주인의 냅킨은 부채모양이며 그 외 다른 냅킨은 모두 삼각형의 꽃살모양이다.
두 주인의 좌석이 정해지면 그 뒤부터는 쉽다. 첫번째 손님이 첫 주인의 왼쪽에 앉고 오른쪽에는 두번째 손님이 앉으며 다른 손님은 임의로 자리를 정할수 있다.
전원 착석 후 술을 따른다. 옛날 무송을 비롯한 양산영웅들이 큰 주발에 술을 마셨기 때문인지 오늘날 산동인들도 작은 잔에 술을 마시지 않고 큰 잔을 사용한다.
38도짜리 배갈을 한병을 나누어 따르면 석 잔정도 나오는 표준 와인잔에 배갈을 따라 마시는데 맥주를 마실 경우에는 배갈과 맥주의 비례를 보통 1:6으로 인정한다. 배갈을 마시지 않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배갈을 한 잔 마실때 반드시 맥주를 여섯잔 마셔야 하는 것이다.
착석해서 와인잔에 넘치게 따른 첫 잔은 모든 참석자가 반드시 마셔야 하는 잔이다. 누가 아예 마시지 않거나 잔을 비우지 않으면 주인에 대한 무례로 인정되기 때문에 주인이 일어나서 인사말을 하고 먼저 잔을 내면 모두들 차례로 잔을 비워야 한다.
첫 잔을 단 숨에 마신 다음 이제부터는 한 잔을 몇 번에 나누어 마실건지를 의논한다. 보통 길한 숫자인 6을 택해 여섯번에 나누어 마시기로 한다.
그리고 나서는 담소하며 웃으며 요리를 먹으며 술을 마시는데 산동인들은 술을 마실때 보통 잔을 부딪치지 임의로 마시고 함께 마실때에는 각자 잔으로 식탁을 두드리고나서 술을 마신다.
조금 뒤에 두번째 주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말을 하고 술을 돌린다. 그리고 손님의 얼굴이 불그레해지고 어느 정도 얼근하게 술기운이 오르면 주인이 이제부터는 자유시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유시간이라서 정말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 나가거나 하면 안 된다. 자유시간이라 함은 제한없이 서로 술을 마심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때면 보통 첫번째 손님이 주인의 접대에 사의를 표시하고 첫 주인과 함께 1대 1로 술을 마신다. 그리고는 두번째 주인과 두번째 손님이 1대1로 마시고 다음으로 차례에 따라 각자 상대와 술을 마신다.
이때면 술좌석 분위기가 흥성흥성해지는데 또 이 때가 가장 취하기 쉬운 때이다. 모두들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술을 권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찬에서 꼭 식탁에 오르는 부유함을 의미하는 생선요리가 오르면 어두와 어미가 향한 두 사람이 술을 마셔야 한다. 주인은 손님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대부분 어두가 첫번째 손님에게 향하도록 하는데 어두쪽에 앉은 손님이 어두주(魚頭酒) 3잔, 어미쪽에 앉은 손님이 어미주(魚尾酒) 4잔을 마신뒤에야 모두들 생선요리를 맛 볼수 있다.
중국의 풀코스 만찬에서는 보통 가장 마지막에 오르는 요리가 생선요리이다. 생선을 다 먹은 뒤 주인이 생선뼈를 가지고 국물을 만들라고 시키면 술좌석이 다 해간다는 의미이다.
생선탕이 식탁에 오르면 잔에 남은 술을 비우고 탕을 마시고나서 술좌석이 파한다. 이렇게 술좌석이 소요하는 시간은 비즈니스 술좌석일 경우 보통 1시간, 정통 술좌석은 3시간, 사적인 관계가 좋은 술좌석은 그 이상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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