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곳 절강은 역시 찜통폭탄을 마구 던져놓은것 같은 날씨이다. 밖에 나간지 반시간도 안돼 옷이 물에 헹군것처럼 땀에 푹 젖어 몸에 철썩 달라붙었다.
오늘 코스는 서계(西溪)와 천도호(千岛湖), 역시 배를 타야 한다. 정말로 중국 남방지역이 물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어제 항주에 도착해서부터 배를 탔는데 오늘도 역시 버스에서 내리면 배를 타고 또 버스를 타고 가다가 멈춰서면 배에 갈아탔다. 관광객이라면 온종일 배 타고 유람하는 코스를 배치하지 않겠지만 기자의 신분에서는 비슷한 여러 코스를 짧은 시간에 소화해야 한다. 따분함도 없지 않았지만 경치는 확실히 일품이었다.
서계와 천도호는 모두 물자원으로 관광객을 끄는 공통점이 있지만 경치는 확연히 다르다. 서계는 잔잔한 늪이고 천도호는 확 트인 호수이다. 서계의 작은 섬은 아늑한 감을 주지만 천도호의 섬들은 웅장한 기세를 자랑한다. 크기를 비한다면 서계가 서호보다 크고 천도호는 서계보다 엄청 크다. 구체적인 내용은 앞 페이지에서 찾아볼수 있다.
경치는 좋지만 무더위는 정말 싫었다. 그런데 우리 취재팀 일행중에는 습기와 고온에 목이 콱콱 막히고 해볕이 쨍쨍 내리쬐는 불볕더위속에서 줄곧 뱃머리에 나가 촬영에만 열중하는 분이 있다. 바로 일어부의 전문가 기요시 오노 선생이다. 어제 서호에서도 배에 올라서부터 내릴때까지 계속 뱃머리에 나가 있었는데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다. 60세의 나이에 더위를 못이겨 쓰러질가봐 걱정이 될 정도이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 체질일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도 역시 젖은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 한번 찌프리지 않고 좋은 경치를 놓치지 않으려고 눈 한번 깜박하지 않으면서 촬영에 열중한다. 그의 인내성에 탄복하지 않을수 없었다.
기요시 선생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물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땀을 그렇게 많이 흘렸으니 갈증이 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런데 일행중에는 이런 무더위속에서 물 한모금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이슬람교도인 아랍어 전문가 애브도 세이드와 말레이시아부의 하미디 빈 자카리아 선생이다. 요즘이 이슬람력의 9월인 라마단이기 때문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이슬람력 9월을 천사 가브리엘이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친 신성한 달로 여겨 이슬람교도는 이 기간에 일출에서 일몰까지 금식을 한다. 종교의식때문에 그들은 이런 더위속에서 갈증을 참으면서 취재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라마단기간에 여행자, 병자, 임신부는 금식을 면제하며 다만 후에 별도로 수일간 금식해야 한다고 한다. 관광코스를 돌고 있지만 여행자가 아니라 기자의 신분이기 때문에 금식을 하는것일까? 그냥 앉아만 있어도 물은 마셔야 되는데 무더위속에서 물도 마시지 못하니 무척이나 힘들겠지만 그들에게서 힘든 기색이나 괴로운 표정을 찾아볼수 없었다. 신앙의 힘이 크다는 것을 직접 보면서 느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무신론자는 무엇에 의존해 고통과 괴로움을 이겨야 하는지 잠깐 생각해 보기도 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니 낙천적인 성격이니 하면서 생각하다가 혼자 웃음이 쿡 나왔다. 라마단 금식으로부터 인생철학에까지 생각이 갔으니 혼자서도 우스웠다.
저녁에 쓸 원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생각이 십만팔천리까지 에돌아가는 동안 저녁에 투숙할 순안현의 호텔에 도착했다. 천도호라면 아는 분이 많겠지만 순안현(淳安县)이라면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천도호가 바로 순안현에 위치해 있다.
순안현은 주로 관광업과 임업, 어업에 의존하는 45만명 인구를 가진 곳이다. 현성이 선지 이미 1801년이 됐지만 지금의 순안현은 발전역사가 50년밖에 안된다. 1959년 신안강(新安江)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원래의 순안현 대부분 지역이 물에 잠겼고 순안현은 빈곤현으로 전락되어 경제발전이 10년 후퇴, 10년 배회, 10년 회복의 굴곡적인 과정을 거쳤다. 지금도 순안현은 여전히 절강성의 26개 경제 미발달현의 하나에 속하며 항주시의 중점적인 부축현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미발달지역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고층빌딩이 여러채 서있고 거리도 깨끗해 작은 해변도시에 온 느낌이었다. 북경의 거리에서는 몇만원에서 몇백만원대까지 모든 차량을 볼수 있지만 이곳의 차량은 전체적으로 중고급차량이다. 물론 외지에서 온 차량들도 있겠지만 이만한 정도면 인상속의 빈곤현과는 차이가 너무 컸다. 중점적인 부축현이 이 정도니까 절강성은 확실히 잘 사는 지역임을 알수 있었다. 모임생(茅临生) 절강성당위 선전부장이 "절강성은 일인당 GDP가 북경, 상해 다음으로 가는 잘 사는 지역"이라고 말하던 것이 다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