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살아숨쉬는 고건물 군락---서체(西遞), 굉촌(宏村)을 찾아
어제는 천하제일 명산 황산에 올라 "황산에 오르고 나니 천하에 산이 없더라"는 경지를 피부로 느꼈다면 오늘은 역사가 살아숨쉬고 있는 고건물 군락 서체(西遞)와 굉촌(宏村)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진 듯하다.
사진설명: 서체촌 일각
아침 식사 후 우리 일행은 우선 이현(黟縣)에 위치한 서체촌(西遞村)으로 이동했다.
서체촌은 황산시의 가장 대표적인 고건물 관광 코스 중 하나이다. 1986년 관광지 개발을 시작한 서체촌은 2000년 세계문화재로 선정되었고 중국 5A급 관광명승지이다.
2000년 세계문화재로 선정되면서 정식으로 외국인들에게도 개방됐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이 진입할 경우 반드시 황산시 관광국에서 출시한 특수 '여권'이 있어야만 했다고 한다.
서체촌 탐방은 입구에 세워진 4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패방으로 부터 시작됐다. 일찍 휘파 건물은 조각이 정교하고 섬세하기로 유명하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이 패방을 보는 순간 그 말이 더욱 실감이 났다.
사진설명: 서체촌 패방
패방의 정면 윗부분에는 후대들이 출세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두어미(龍頭魚尾)의 모양을 한 조각물을 새겼고 양쪽 기둥에는 신선도 그림에 나오는 여덟 신선이 바다를 건너는 모습을 새겨 '벼슬을 하지 못했다고 해도 낙심하지 말라. 어떤 일이든 우수한 성과를 내면 명인이 될 수 있다'라는 도리를 후대들에게 심어주고 있다고 한다.
정면 뿐만 아니라 뒷면에도 볼거리가 있었다. 뒷면 패방 윗부분에 "은영(恩榮)"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안내원의 소개에 의하면 이 두 글자가 씌어진 건물은 황제의 허락을 받고 사비를 털어 지은 것임을 뜻한다. 만약 "성지(聖旨)"라고 씌어져 있다면 그건 황제가 비준하고 자금까지 조달해 이른바 공비로 세운 건물임을 뜻하며 '유지(諭旨)"라고 적었을 경우 그건 지방정부에서 자금을 내준 것임을 뜻한다고 한다.
조각물의 수량뿐 아니라 섬세하고 정교한 기법은 그야말로 조각물의 보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을에 들어서니 옛스럽고 웅장한 고건물 군락이 마치 우리를 어제로 이끄는 듯 싶었다. 길 바닥은 모두 검은 돌판으로 깔려져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이 돌은 닳으면 닳을 수록 검어진다고 한다. 현지 특유의 돌인데, 바로 이런 검은 돌이 많다는데서 이곳을 검을 "흑(黑)"자에 많을 "다(多)"자를 붙힌 이(黟)자를 써 이현(黟縣)이라 불렀다고 한다.
사진설명: 사체촌 일각
이현의 사체촌에는 현재 300여 가구에 총 1000여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옛날 전성기 때에는 최고로 1만여명이 이곳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어제 우리가 다녀온 팔괘촌은 나(羅)씨성이 집거해 생활하고 있었는데 사체촌은 촌민 가운데 70-80%가 호(胡)씨 성이라고 한다.
사진설명: 그림같은 굉촌
서체촌을 보고 난 후 우리 일행은 굉촌으로 향했다. 차로 약 20분쯤 달리니 굉촌이 보였다.
남송시기 1131년부터 세워지기 시작한 굉촌은 지금으로부터 8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촌민들은 또 대부분이 왕(汪)씨 성이라고 한다.
사진설명: 굉촌 일각
팔괘촌과 서체촌 그리고 굉촌에서 우리 일행은 휘파 고건물 군락의 삼절(三絶)로 꼽히는 패방, 민가(民居), 사당(祠堂)을 골고루 돌아보며 안휘인들의 지혜로움과 뛰어난 조각 기술에 혀를 끌끌 찼다.
"세상 만사 나이는 못속인다"고 하지만 휘파 고건물은 이에 반해 세월 속에 점점 우아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파기자 한창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