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방의 광동성 소재지 광주시에는 광주 최대의 상업보행거리 베이징로(北京路)가 있습니다. 광주의 시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 거리에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수풀처럼 빼곡히 들어선 가게들과 옷깃을 스치는 사람들을 떠나 이 거리에는 유구한 역사문화와 새로운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 곳에서 사람들은 천년역사를 자랑하는 유적에서 어제를 읽고 현대적인 상가에서 오늘을 느낍니다. 그럼 오늘은 저와 함께 천년상가 광주시 베이징로로 여행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음향1

갑: "내 인상속에 이곳은 광주시를 대표하는 곳입니다. 어려서부터 무슨 물건을 사든지 베이징로에 와서 샀습니다."

을:"이곳은 광주 구 시가지의 집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

방금 들은 말처럼 광주시민들은 베이징로가 광주를 대표한다고 인정하며 쇼핑은 베이징로에서 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베이징로는 또한 광주의 역사가 있는 많은 것들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 곳은 광주시민의 뿌리가 있는 곳으로 공인됩니다.

광주의 축소판이라 할수 있는 베이징로는 쇼핑의 천국인 동시에 역사박물관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는 천년의 어화원과 천년의 선대, 천년의 고도, 천년의 갑문, 천년의 사찰 등 광주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골목 하나, 간판 하나에도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선현지(先賢里)"에서 어떤 현인이 났는지, "쌍문루(雙門樓)"에는 장군 몇명이 올랐었는지, "구요원(九曜圓)"에서는 어떤 약을 만들었는지? "승선가(承宣街)"에서 지방관리가 어떻게 성지를 받았는지?...이밖에도 고양이와 강아지의 거리 묘구가(猫狗街), 하늘빛의 폐허 천광허(天光墟), 짠 맛 생선의 거리 함어가(鹹魚街), 바다 맛의 거리 해미가(海味街) …이처럼 가는 곳마다 의미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습니다.

베이징로를 걷다보면 마치도 광주의 역사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민속전문가 엽위화(葉偉華)씨의 말입니다.

음향2

<베이징로의 재정청(財政廳) 일대는 남월국(南越國)때부터 정부청사의 입지였고 남한(南漢)후에 이 곳은 베이징로부터 공북루(拱北樓)까지 관원들이 다니는 관도(官道)였습니다. 때문에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보행만 가능했습니다. 청나라때에 이르러 베이징로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면서 승선직가(承宣直街), 쌍문저(雙門底), 웅진직가(雄鎭直街), 영청가(永淸街)로 불리웠습니다. 그 중 쌍문저란 이름은 오늘도 많은 노인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중화민국 때인 1920년에 이르러 베이징로는 길을 넓히고 영한로(永漢路)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영원한 청(淸)이라는 영청로에 대비해 영원한 한(漢)이라는 의미로 영한로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후에도 몇번 이름이 바뀌다가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후인 1966년에 영한로는 수도 베이징을 그리는 광주시민들의 마음을 담아 베이징로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음악

과거 베이징로는 아주 좁았고 북쪽으로 쌍문저상가(雙門底上街), 남쪽으로 광주성의 문루인 대남문(大南門)을 통해 하가(下街)와 연결되었었습니다. 베이징로 중앙에 우뚝 솟은 공북루(拱北樓)에는 원(元)나라때의 물시계가 걸려 시간을 알리고 그 성문아래로는 행인들이 오갔습니다. 이 성문앞에 서서 물시계를 바라보면 시간이 이렇게 일분일초 흐르면서 베이징로의 변화를 지켜온듯 느껴집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발전해 지금은 물시계대신 커다란 벽시계가 이곳에 걸려있습니다.

음향3

베이징로에 위치한 시계가게 이점기(李占記)는 광주에서 가장 오랜 시계가게로 이 곳의 시계종소리는 베이징로의 변화를 지켜왔습니다. 이점기의 부총지배인 진혜평씨의 말입니다.

음향4

<우리 가게와 같은 많은 전통상가들이 베이징로의 변화를 견증했습니다. 한때 1층은 행인들이 다닐수 있도록 통하게 하고 2층부터 건물을 지었던 기루(驥樓)가 생겼다가 사라지고 육교가 세워졌다가 또 없어지고 지금은 보행거리로 되어 이처럼 번화한 상업구역으로 되었습니다.>

음악

이점기는 베이징로와 백년가까이 함께 해왔습니다. 과거 이 곳을 거쳐간 시계나 시계수리공구는 현재 광주 박물관에 소장되어 광주 시계업게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이징로의 북쪽에는 많은 광주시민들의 인기를 받는 광주최초의 양식당 태평관(太平館)이 있습니다. 주은래(周恩來) 총리와 장개석(蔣介石)을 비롯해 많은 명인들이 찾은 적 있는 이 곳은 과거 연인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장소이기도 했습니다. 태평관에서 30년을 근무해온 하(何)지배인의 말입니다.

음향5

<주은래가 결혼할 때 그의 전우와 동료들이 신부보러 왔었습니다. 그들은 바로 이곳에서 다과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장개석 등 많은 명인들이 다녀갔습니다. 지금은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들이 이곳을 찾아 옛날을 추억하군 합니다. 그들말로는 50년대 연애를 할때 모두 이곳에 와보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한가족의 4세대가 같이 올때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곳은 역사적인 의의가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악

쇼핑하고 식사하고 영화를 보는 것은 광주시민들이 좋아하는 생활방식입니다. 따라서 베이징로의 영한(永漢)극장도 시민생활의 견증자입니다. 몇대에 걸친 광주시민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준 이 오래된 극장이 올해초에 개보수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광주시민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음향6

<우리는 어릴 때부터 영한극장에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보수시작 하루전에는 극장앞에서 기념사진도 남겼습니다. 그날 5,60대의 사람들이 많이 왔었습니다. 그날 나는 사진을 찍은 뒤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영화표를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습니다.>

음악

상업과 문화가 접목된 보행거리 베이징로는 오늘날 천년의 고도위에 백화점과 명품가게가 즐비하게 들어서 중국전통의상과 패션, 광주음식과 양식, 전통과 현대의 멋, 고전과 유행이 함께 어울려 있습니다.

어눌한 중국어로 가격을 흥정하는 외국인이나 알뜰한 살림을 하는 주부, 멋진 옷차림을 한 젊은이, 유유한 시간을 보내는 노인 모두가 이 곳을 좋아하고 이 곳에 와서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흘러 천년거리의 이야기를 계속 써가고 그 아름다운 변화를 기록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