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 와서 청명절은 친인들을 생각하는 것 외에도 함께 모인다는 의미가 더 많아 졌다. 중국 각지에서도 또한 각기 다른 청명절 음식 풍속이 생겨났다.
즈퉤이모(子推饃)와 미엔화(面花)
청명의 전 날은 한식이다. 한식날에는 불을 피워서는 안되고 찬 음식만 먹을 수 있었는데 이는 춘추시기 진나라의 귀족 개자추(介子推)를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후 한식과 청명이 서로 이어졌기 때문에 점차 하나의 명절로 합쳐지게 되었다. 그러나 산시 북부[陝北]의 위린(榆林, 유림)과 옌안(延安, 연안) 두 지역에서는 명절 전에 "즈퉤이모(子推饃, 자추막)"를 찌는 풍속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즈퉤이모"는 또 라오모모(老饃饃)라 불리기도 하는데, 고대 무장이 쓰던 투구와 유사하고 무게는 대략 250-500그램 정도이다. 그 안에는 계란 혹은 붉은 대추를 넣고 위에는 장식이 하나 있다. 장식의 네 주위에는 미엔화(面花, 면화)를 붙인다. 미엔화는 밀가루로 만든 작은 찐빵으로 제비, 곤충, 뱀, 토끼 혹은 문방사우의 모양으로 만들기도 한다. 미엔화를 만드는데는 산시 북부[陝北]지역 부녀자들이 가장 좋은 솜씨를 갖고 있다. 그녀들은 자신의 민첩한 두 손으로 발효된 밀가루를 비벼서 각종 형상의 미엔화로 만들어 낸다. 만드는데 쓰는 도구로는 빗과 가위, 송곳, 족집게 등의 일상용품뿐이다. 보조 재료로는 팥과 검은 콩, 산초와 식용 색소를 쓴다. 쪄낸 미엔화는 살아있는 듯 하고 특히 예술 진품 같기도 하여, 차마 먹기가 아쉬울 정도이다.
"즈퉤이모"와 미엔화는 직접 먹을 뿐만 아니라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어머니들은 시집간 딸에게 보내주기도 하는데 이를 송한식(送寒食)이라고 한다.
칭퇀즈
청명절에 강남(江南) 일대에서는 청단자(青糰子, 칭퇀즈)를 먹는 습관이 있다. 청단자는 장맥초(漿麥草 장마이차오)라 불리는 야생 식물을 빻아서 즙을 짜낸 후, 물을 넣어 빻은 찹쌀을 말린 다음에 이 즙을 넣어 잘 섞은 후 단자를 만든다. 단자의 속은 부드러운 탕더우샤(糖豆沙, 탕두사)를 써서 만든다. 속을 쌀 때에는 작은 탕주여우(糖豬油, 탕저유) 한 조각을 넣는다. 퇀피(糰坯, 단배)를 만든 다음에 광주리에 넣고 찐다. 광주리에서 뺄 때 익힌 유채기름(熟菜油]을 털 솔에 뭍혀서 단자의 표면에 골고루 바르면 청단자가 완성된다.
청단자는 옥과 같은 푸른 기름기, 질기고도 보드라운 찹쌀, 코를 찌르는 맑은 향, 맛을 보면 달면서도 물리지 않고 기름지면서도 느끼하지 않다. 청단자는 또 강남 일대에서 조상을 제사 지낼 때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제사음식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청단자는 확실히 강남 일대의 민간 음식 가운데 특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청명과
저장(浙江, 절강) 남부 각 지에서 들에서 채집하는 떡쑥[棉菜, 면채, 또 서곡초(鼠曲草)라고도 함]을 중초약서(中草藥書)에서는 "불이초(佛耳草)"라고도 하는데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작용을 한다. 이를 찹쌀과 잘 반죽한 다음 탕더우샤 혹은 무 채와 봄 죽순을 소로 넣어 청명과(清明果 청명과)를 만든 다음에 쪄서 익히면 푸른 빛깔에 독특한 맛이 풍겨난다.
청명과(清明果)의 형상은 교자와 비슷하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청명과의 표피는 일종의 쑥이라 불리는 식물로 만든다. 매년 청명 전에 여자들은 손에다 대광주리를 들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들에 가서 즐겁게 쑥을 채집하는데 푸르고 신선한 쑥이 대바구니에 철철 넘친다. 쑥을 채집해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번잡한 청명과 제작 작업이 시작된다.
바오빙을 먹다
차오산(潮汕, 조산) 사람들이 쇠는 청명절은 지방적 색채가 물씬 풍긴다. 청명절에 바오빙을 먹는 풍습은 차오산지역에서 아주 성행하며 거의 모든 집마다 예외가 아니다. 바오빙은 피와 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피는 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한 다음 뜨거운 용기에 넣고 잘 익은 원형의 면피를 한 장 한 장 종이처럼 얇게 찍어낸다. 소는 짭짤한 것과 단 것 두 종류가 있는데 계란, 고기, 간, 말린 고기[臘味], 버섯 및 콩나물, 부추 등 원료를 익힌 다음 혼합하여 만든 소를 짭짤한 소라고 하고, 설탕과 맥아당을 특수 가공하여 만든 "탕총(糖蔥 단 파)으로 만든 것을 달달한 소라고 한다. 먹을 때는 바오빙을 원형으로 말아서 먹으면 된다.
우런판
청명절의 음식을 이야기 할 때, 중국 써족 가정의 "우런판(烏稔飯, 오임반)"을 빼 놓을 수 없다. 복건 동부[閩東]는 써족의 거주지이다. 매년 3월 3일, 써족인들은 집집마다 "우런판"을 만들어 한족 친척과 친구들한테 선물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현지의 한족 사람들도 또한 청명절에 "우런판"을 먹는 풍속이 생기게 되었다. "우런판"의 제작방법은 그렇게 번잡하지 않다. 모새나무 잎을 채집하여 잘 씻은 후 맑은 물에 넣고 팔팔 끓인 다음에 나뭇잎을 건져낸다. 그 다음에 찹쌀을 그 탕 속에 9시간 정도 불렸다가 건져내어 찜통 속에 넣고 쪄서 익힌 다음에 먹으면 된다. 잘 만들어진 "우런판"은 향기가 코를 찌르는 것이 보통 찰밥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맛이 있다.
산즈
중국 남북 각 지역에서는 청명절에 산즈(饊子, 산자)를 먹는 풍습이 있다. "산즈"는 기름에 튀긴 음식으로 바삭바삭하고 정교하며 옛날에는 "한구(寒具)"라 불렀다. " 한식절에 불을 지피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은 이미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이날과 관련된 산즈는 여전히 사람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한족 지역에서 유행하는 산즈는 남방식과 북방식의 차이가 있다. 북방의 산즈는 크고 시원시원하며 보릿가루를 주된 원료로 쓰는 반면 남방의 산즈는 정교하고 세밀하며 쌀가루를 주된 원료로 많이 쓴다. 소수민족 지역에서는 산즈의 품종이 아주 많고, 맛도 서로 다른데, 특히 위구르족(維吾爾族)과 둥샹족(東鄉族), 나시족(納西族) 및 닝샤지역 회족의 산즈가 가장 유명하다.
룬빙차이
매년 청명절이 되면, 촨저우(泉州, 천주)사람들은 "룬빙차이(潤餅菜, 윤병채)"를 먹는 풍속이 있다. 일설에 의하면 이는 고대 한식의 유풍이라고 한다.
"룬빙차이(潤餅菜)"의 정식 이름은 춘병(春餅 춘빙)이다. 청명에 룬빙을 먹는 것은 촨저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샤먼(廈門, 하문)사람들 또한 즐긴다. 그러나 복건남부[閩南] 각 지역 춘빙의 형식은 서로 같지만 내용은 크게 다르다.
촨저우의 "룬빙차이"는 밀가루를 원료로 잘 민 다음에 익혀서 만든 얇은 피로 속칭 "룬빙" 혹은 "차빙(擦餅, 찰병)"이라고도 한다. 먹을 때는 그 얇은 피를 편 다음에 그 위에다 당근 채, 고기 채, 굴전, 고수 등 여러 음식들을 올린 다음에 말아서 먹는데 간단하고 달콤하며 부드러워 입맛에 딱 맞는다. 진장(晉江)의 "룬빙차이"는 더욱 복잡한데 그 주 원료도 또한 아주 다양하여 식탁을 가득 채운다. 여기에 넣는 주 원료로는 완두, 콩나물, 두부 말린 것, 물고기 완자, 작은 새우, 네모나게 자른 고기, 굴전, 무채 등이 있다. 그리고 보조 원료로는 유산 김[油酥海苔], 계란 채, 땅콩기울,고수, 마늘 채등을 쓴다. 먹을 때는 풍부한 속 때문에 피가 찢어질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룬빙피" 두 장을 써야 찢어지지 않게 할 수 있다.
샤먼의 룬빙차이에는 죽순, 물고기, 물고기말림,볶은 부추를 더 넣고 또 지에라(芥辣, 와사비), 라장(辣醬, 중국식 고추장) 티엔장(甜醬, 단 맛이 나는 장)등에 찍어서 먹는데 이것이 바로 진정한 샤먼의 "바오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