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속의 항아는 천상의 아름다운 선녀이다. 그녀는 천궁에서 "후예(后羿)"라고 불리는 신궁(神弓)을 좋아했다. 후예 또한 항아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들었다. 후에 천제(天帝)는 항아를 후예에게 시집 보냈고 둘은 행복한 생활을 누렸다.
그러나 행복한 생활은 길지 않았다. 후예가 9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려 천제의 노여움을 사게 된 것이다. 천제는 그들 부부를 인간 세상으로 쫓아냈다. 후예는 인간 세상에서 백성들을 위해 사악한 무리들을 쫓아내느라 항아를 소홀히 하였다. 그래서 항아는 매일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후예는 항아를 위로하기 위해 서왕모(西王母)가 갖고 있는 장생불로약을 생각해 내었다. 만약 이것을 구해 올 수만 있다면, 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왕모는 백성들을 위해 악을 쫓아내는 후예의 선행에 감동을 받아 자주색을 띤 장생불로약 두 알을 그에게 주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당부하기를, "이 약은 한 사람이 한 알씩, 8월 15일 밤 달이 가장 둥글 때에 먹어야 장생불로 할 수 있네. 만약 한 사람만 먹으면 바로 죽을 수도 있다네."라고 하였다.
후예는 집에 와서 장생불로약을 항아에게 주면서 서왕모의 말을 전해주었다.
8월 15일 아침 후예가 집을 나설 때, 항아는 일찍 돌아올 것을 당부하였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달이 버드나무 꼭대기에 걸릴 때까지 후예는 돌아오지 않았다. 항아는 후예에 크게 실망해서, 장생불로약 두 알을 다 꺼내어 삼켜버렸다.
항아의 몸은 점점 가벼워 져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붕을 넘어 천천히 하늘로 날아 올랐다. 후예가 집에 들어 왔을 때, 방 안에는 식어버린 음식만 남아 있었다. 항아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때, 후예는 미약하게 들려오는 외침을 들었다. 그가 집 문을 박차고 나왔을 때는 이미 점점 멀어져만 가는 항아를 멀리서 바라볼 수만 있을 뿐이었다.
결국 항아는 달 속에 있는 광한궁(廣寒宮)에 이르게 되었다. 광한궁은 춥고 황량했다. 큰 계수나무 한 그루만 꽃을 만발한채 향기를 뿜을 뿐이었다.
다음해 8월 15일, 항아는 광한궁의 문에서 인간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후예가 정원에 상을 차려놓고 앉아서 상심어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그 후로 매년 8월 15일이 되면, 달은 아주 밝고 온유한 빛을 내었는데, 마치 깊은 정이 어린 항아의 눈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