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옛동네 8 중 세번째인 서당(西塘)은 아름다운 꿈속의 동네이다. 연연 1km 를 뻗은 물가의 복도에서는 물의 동네인 서당의 아름다움을 만끽할수 있다.

서당은 완연한 한 폭의 그림이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돌을 깐 길의 양쪽에는 색바랜 나무대문위에 금방 만든 새 간판들이 걸려 조화롭다.

하지만 가게안을 들여다 보면 골동품이 전시되어 있고 가끔 어젯날의 상해(上海)를 그린 그림이 보이며 고소한 음식냄새가 풍겨오는 가운데 인력거가 곁을 지나가면 어느 영화의 한 장면속에 빠져든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길가에서 혼돈자와 순두부를 파는 할아버지도 배우처럼 보이고 작은 손수레도 소품처럼 느껴지는데 음식맛만은 진짜여서 부드러운 두부와 시원하고 고소한 뒷맛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봄이 되면 서당에는 자주 비가 내리거나 물안개가 낀다. 그 때면 온 동네가 몽롱한 유화속인데 물가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기 그지 없다. 문만 열면 맑은 물과 소리없이 그 위를 흐르는 배, 맞은켠의 건물이 그림처럼 안겨오니 말이다.

촉촉한 물내음을 즐기면서 지붕있는 물가의 복도를 걸으면 갑자기 물가에 내려가 물속에 손을 넣어 부드러운 물결을 느끼고 싶어진다. 그리고 보이는 물가의 우거진 수양버들, 이 경관은 틀림없이 꿈속에서 마냥 보아오던 강남 물의 동네이다.

서당은 때와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바꾸기도 한다. 비가 내리거나 물안개가 끼면 몽롱해서 수묵화같다가도 해맑은 날 햇빛이 찬란하면 화사한 살구꽃과 함께 밝은 유화로 바뀐다.

한적한 골목의 회색빛 벽에는 화가지망생이 그린 듯한 그림이 남아 있기도 한다. 서당인들은 그것도 자유로운 서당의 한 경관이라고 하면서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서당의 가게들은 항상 장사가 잘 된다. 내일 중식을 오늘에 벌써 예약해야 할 정도이다. 물가의 음식점에 들어가서 물을 마주한 창가에 앉아 싱싱한 해물을 시키고 현지의 약주인 황주(黃酒)를 시킨다.

하지만 사실 서당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비싼 해물이 아니라 서당 그 어디서나 맛 볼수 있는 훈제청두이다. 황주 한 잔에 청두 한 알씩 맛 보면서 맞은켠의 그림같은 복도를 바라보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길 두 갈래에 다리도 두 개만 가진 서당은 아주 작은 동네이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길을 수없이 오가도 번마다 새로운 경관이 나타나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서당에서는 어둠의 장막이 내리기전에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는다. 양쪽 가게들이 문을 꽁꽁 닫아건 거리에는 행인 하나 없고 들리는 것은 자신의 발자국 소리뿐이며 보이는 것이란 가끔 커다란 카메라를 둘러멘 촬영매니아뿐이다.

밤이 되면 서당은 문틈으로 부드러운 불빛이 흘러나와 물위에 거꾸로 비껴 또 다른 풍경이다. 거기에 둥근 달이 휘영청 밝은 날이면 밤새내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바라보고만 싶어진다.

나무아래 어둠속에 조용히 몸을 숨기고 바라보면 낮에 물위를 흐르던 쪽배도 잠을 자는 듯 고요한데 오직 물만은 불빛과 달빛을 그대로 받아 안고 밤에도 쉬지 않고 흐른다. 정말로 물가의 다리를 베개삼아 꿈속에 들어가고 싶어진다.

서당은 특히 밤이 아름답다. 시간이 허락되면 서당에서 일박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되면 서당의 밤도 보고 관객이 적은 아침과 황혼 서당의 또 다른 비경을 볼수 있다.

고건물을 개조해 만든 여관은 여건은 별로여도 운치가 최고이다. 그리고 낮시간에 물가의 레스토랑을 찾아 현지의 음식을 시키고 술 한 잔 하는 코스도 빼놓을수 없다.

아름다운 꿈속의 동네로 불리는 서당은 중국 절강성 가흥(嘉興)시 가선(嘉善)현에 위치해 있다.

이곳으로 가려면 상해에서 서당행 버스를 이용하거나 소주(蘇州) 혹은 항주(杭州)에서 가선행 버스를 이용해 가선에 이른 다음 서당행 버스를 바꾸어 타도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