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옛동네 8 중 네번째인 화순(和順)은 꿈속 물의 동네이다.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택에 들어서면 마치 세월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듯한 느낌이다.

화순이 위치한 등충행 버스를 타고 달리노라면 도로 양켠에는 넓은 논이 펼쳐져 있고 그 속에 가끔 청색의 벽돌에 푸른 기와를 얹은 가옥이 오붓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다가 버스가 산을 안고 돌아서는 순간 정교하면서도 대범한 시골이 눈앞에 나타난다. 넓은 못에는 화사한 연꽃이 만개해 분홍색의 꽃과 푸른 연꽃잎이 바람따라 한들거린다.

그리고 천지간의 요정으로 불리우는 백로가 꽃속에서 먹이를 찾거나 논밭위를 날아예며 선경을 만든다. 꼬불꼬불 흐르는 시냇물의 뒤로 누각과 정자가 아담한, 산기슭에서부터 시작해 산허리까지 이어진 동네가 신기루같이 보인다.

동구밖의 키 높은 패방(牌坊)을 지나면 화순을 출입하는 유일한 통로인 석공교(石拱橋)가 나타난다. 석교에 올라서면 몸을 비틀며 자라는 버드나무가 물가에 줄지어 있고 강물속에는 오리들이 여유롭게 헤어다니고 꼬마들이 물장구를 치는 장면이 그림처럼 안겨온다.

화산석을 깔아 조성한 길을 따라 삽합하(三合河)강 기슭의 습지에 이르면 넓은 수면에 만발한 연꽃이 향기를 풍기고 연꽃잎의 녹음에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다시 서쪽으로 향해 괴성루(魁星樓)를 지나면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대의 캐러밴 마방로(馬幇路)가 나타난다. 반들반들하지만 울퉁불퉁한 청석길에서 어젯날 마바리떼의 간난신고를 읽을수 있다.

과거 화순에서는 남자는 모두 타향에 가서 성공을 해야 했다. 전한데 의하면 그때는 성공해서 가문을 빛내고 금의환향하는 사람만이 당당하게 패방뒤의 석교를 지나서 동네로 입성할수 있었고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야밤에 몰래 뒷산을 넘어 집에 들어섰다고 한다.

다행히 오늘날은 화순인이든 외지인이든 누구든지 모두 당당하게 석교를 건너 화순으로 들어설수 있다. 화순에 들어서면 중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시골의 도서관인 화순도서관이 맞이해준다.

1928년에 지은 화순도서관의 소장서적의 규모는 물론이고 내용도 아주 풍부하다. 제2차 세계대전때 중국의 항일역사, 그 중에서도 중국의 남부와 미얀마경내에서 벌어진 그 참혹한 전쟁을 보여주는 사료들도 적지 않다.

화순의 골목을 걸으면 어디선가 거역할수 없는 힘이 부르는 듯 줄곧 앞으로 걷게만 된다. 수백년전의 명(明)나라때 조성된 이 곳의 색바랜 창틀이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꽃나무 가득한 정원을 지나 고택에 들어서면 백발이 성성한 주인내외가 자애로운 표정으로 정갈한 별채로 안내해준다. 가격도 저렴하며 조각이 화려한 옛스러운 침대에서 어젯날의 꿈속여행을 할수 있다.

화순에는 이런 고택이 즐비하다. 사마제(司馬第)와 현미화(賢美貨)를 비롯한 이런 고택들은 손님이 들어가면 방이 없어도 열정적으로 맞이해준다. 주인은 한 바퀴 고택을 자상하게 구경시키고는 집 떠나는 자식을 배웅하듯 출입구까지 나온다.

고택을 나와 돌아보면 동네의 뒤로 병풍을 이룬 푸른 뒷산에 하얀 점들이 보인다. 자세히 보면 황혼이 다가와 둥지로 돌아간 백로들이다. 서식환경에 아주 까다로운 백로들이 화순을 고향으로 선택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화순의 아름다움은 지정된 어느 명소나 관광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임의로 언제든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나타나 심금을 울리고 발길을 잡는다. 그리고 화순에 들어설때는 동구밖에서 차를 내려 논밭과 연꽃사이를 걸으면서 백로관광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화순은 중국 운남(雲南)성 보산(保山)시 등충(騰沖)현에 위치해 있다.

다양한 교통편으로 등충에 이른다음 택시를 대절하거나 등충 백화점앞에서 화순행 미니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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