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7 15:05:45 | c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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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굴 10중 네번째인 대족석굴(大足石窟)은 천지간 불(佛)의 존재만을 보여준다. 석굴의 후기 대표작으로써 대족석굴은 일상 생활의 모습으로 불교의 오묘한 이치를 해석한다.
대족이란 이름 그대로 발을 의미한다. 기복을 이룬 대지위에 거대한 불의 발자국이 우아하면서도 생동하게 찍혀 있다. 불교신도는 물론이고 발자국이 뭐 다를게 있을까 하면서 그 곳에 이른 사람들도 그 곳에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매료되어 버린다.
봄이 되면 파촉(巴蜀)은 습윤한 기후로 항상 물안개속에 몽롱하며 가끔 보슬비가 소리없이 몸에 내려앉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산과 벌에는 노오란 유채꽃이 만발한데 봄을 알리는 뻐꾹새 소리에 대나무가지에 맺힌 이슬방울이 대지에 떨어진다.
길가의 학교에서는 꼬마들의 글읽는 소리가 하늘의 소리인 듯 낭랑하게 들려온다. 그 때면 사람들은 벌써 이 곳에 속세가 아닌 선경이라고 느끼는데 사실 그보다 선경은 앞에 있다.
삼면이 붉은 암석에 둘러싸여 U자형의 거대한 발자국을 이루는데 그바위에 500m 길이의 종교예술 갤러리가 펼쳐져 장관이다. 아찔하니 높이 솟은 불상이든 손가락 크기의 불상이든 모두 정교함의 극치를 이룬다.
천년세월의 비바람과 풍상속에서도 기적같이 완정하게 보존된 석각은 마치 어떤 신비한 힘이 불교를 향한 선인들의 경건한 마음에 감동되어 오늘날까지 지켜오고 있는 듯 하다.
북산(北山)과 보정산(寶頂山), 남산(南山), 석전산(石篆山), 석문산(石門山) 마애로 구성된 대족석각은 중국 석굴예술의 전형이며 9세기부터 13세기까지 가장 화려한 세계 석굴예술의 한 폐지를 펼쳐보인다.
당(唐)대 안사(安史)의 난을 겪으면서 중국 북방의 불교조각은 점점 쇠퇴의 길을 걸었으나 남쪽의 대족석각은 오히려 더 활발하게 송(宋)대 불교예술의 대표로 부상했다.
그 중 대족석각의 정수가 모여 있는 보정산 대불만이 대표이다. 대불만에 들어서면 목우도(牧牛圖)가 서곡처럼 송대의 아름다운 산수를 펼쳐보인다. 목동은 채찍을 휘날리며 소와 함께 걷거나 낮잠을 자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소는 살같이 달리거나 무언가를 듣는 듯 귀를 세우거나 물을 마신다.
목우도는 연재그림처럼 익살스러운 분위기속에 심오한 불학의 철리를 담고 있다. 목동은 수행자를 의미하고 소는 수행자의 마음을 뜻한다. 소가 길들여지는 과정이 수행자가 마음을 다잡고 도를 깨닫는 과정이다.
원각동(圓覺洞)의 기묘한 점은 동굴의 마지막에 가서야 나타난다. 어두운 산굴속에 한 보살이 불앞에 엎드려 있는데 천정을 뚫고 들어온 햇살이 보살의 뒷모습을 비춘다.
무대의 주인공인 듯 어두운 산굴속에서 그 보살만이 불빛을 받고 주변은 몽롱한 어둠속에 잠겨 있다. 잠간 뒤에 시각이 산굴의 어둠에 익숙해지면 그제서야 산굴벽의 불상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우아하면서도 고요한 얼굴의 송대의 불상들이 영롱한 화관을 쓰고 몸에 맞는 가사를 입고 뒷쪽의 배경으로 된 상서로운 구름, 바위, 대나무 등과 조화를 이룬다.
그 중에서도 향안(香案)이 극치를 자랑한다. 얼핏 보면 나무로 되어 있는데 사실 돌을 조각해 만든 것이다. 차거운 돌이 조각과 페인트와 어울려 전혀 돌로 보이지 않고 나무와 똑같이 보이는 것이다.
원각동에서는 배수시설 또한 교묘하기 그지없다. 산굴벽 상단에 가로 드러누운 용을 조각했는데 그 용이 바로 배수시설이다. 산굴에 스며든 물은 용의 몸체를 통해 용의 머리에 모이고 그 곳에서 스님이 잡은 바리때안으로 떨어진다.
바리때는 보이지 않는 배관과 연결되고 그 배관은 산굴밖까지 나간다. 따라서 산굴의 빗물은 자연스럽게 산굴밖으로 배수된다. 불을 향한 경건한 마음이 최고의 상상력을 이끌어낸것이리라.
대불만의 설계자는 음악에 능한것 처럼 높고 낮은 음률을 보성한다. 튀지 않는 원각동을 지나면 바로 호방함을 보여주는 대비각(大悲閣)이 나타난다. 대비각에 들어서면 넓은 바위에 공작이 나래를 펼친 듯 온통 하늘을 향한 손과 그 손바닥에 조각된 눈과 온갖 법기가 보인다.
불상앞에는 장명등탑이 솟아 있고 탑속에서는 노오란 불빛이 바람따라 나풀거린다. 다시 머리를 들면 그제서야 모든 것을 다 보는 듯한 미소가 어린 관음보살의 얼굴이 보인다. 관음보살의 손은 도합 1,007개로 명실공히 천수(天手)관음이다.
석가모니 열반성적도(涅槃聖蹟圖)는 대불만의 중심으로 대불만이라는 이름도 바로 이 곳에서 기원했다. 다른 곳에도 거대한 와불상이 있지만 이처럼 큰 와불은 아주 적다.
불의 상체는 대지위에 드러눕고 불의 두 발은 바위속으로 감추어져 있으며 오른쪽 어깨는 땅속으로 들어가고 왼쪽 어깨위에는 오색의 상서로운 구름이 걸려 천지간에 오직 불의 존재만을 알려준다.
와불의 옆에 기립한 보살들은 머리를 깊이 숙이고 있지만 얼굴에 비애의 빛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천년의 비바람속에서도 그들은 최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머리의 관은 여전히 호화의 극치를 이루고 몸에 건 구슬은 아직도 그 수자를 헤아릴수 있다. 나풀거리는 옷깃은 바람이 불면 당장이라도 날릴것 같고 정병에서는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듯 하다.
대불만의 다른 쪽으로 움직이면 석각물의 내용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다. 불교의 석각물이 유교와 일상생활의 장면으로 대체되어 자식을 낳아 기르는 과정이 재현되어 있다.
구부정한 허리를 한 노인 두 명이 멀리 떠나는 아들을 배웅하는 장면을 보면 모두들 자신의 부모를 머리에 떠올리고 부모의 은혜에 어느 정도 효도했는지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부모의 사랑에 감동하는데 갑자기 지옥의 모습이 나타나 섬뜩하게 한다. 피바람과 폭력중심으로 도배된 지옥의 상황이 18층의 지옥으로 분류되어 한 일자로 펼쳐져 있다.
칼산과 뜨거운 기름가마는 많이 듣던 내용이고 그밖에도 혀를 뽑고 분신쇄골의 상황도 조각되어 있으며 최고의 악인은 독사와 악귀, 칼숲 등 소름 끼치는 도구들이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불교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아름다운 천국을 기대하면서 착한 일을 하고 이곳에 서면 신앙이 없는 사람들도 지옥을 상상하면서 나쁜짓을 하지 않기도 한다. 대족석각의 장인들도 신앙의 힘으로 바위에 이토록 대단한 불교의 세계를 조각했으리라.
계단을 따라 높은 곳에 올라서서 커다란 발 자국 모양의 대불만을 내려다 보면 무성한 숲이 수려한 산수속에서 쪽빛을 자랑한다. 그 때면 진정 불조가 이 곳에 이르렀을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북산석굴에서는 관음보살이 대표이다. 그 중에서도 133호 불단의 수월(水月)관음과 125호 불단의 요염한 관음, 9호 불단의 천수관음, 136호 불단의 여러 관음상이 가장 유명하다.
대족석각에서는 가이드가 필수이다. 이 곳의 가이드는 민간에서 얻어 들은 스토리나 야사를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족석각에 깃든 스토리가 너무도 풍부하고 다채롭기 때문이다.
대족석굴은 중국 중경(重慶)직할시 대족(大足)현에 위치해 있다. 다양한 교통편으로 중경에 이른 다음 버스를 타면 약 1시간만에 대족석각에 이르게 된다. 사천성 소재지 성도(成都)에서는 대족석각까지 3시간이 소요된다. 대족현에서는 보정산석굴까지 시내버스가 있고 북산석굴은 택시를 임대하는 것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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