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의 학부를 꼽으라면 베이징대학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898년에 세워진 베이징대학은 중국 근대 최초의 국립대학으로 유명한 학자, 전문가들이 집결되고 한세대 한세대 우수한 인재를 양성했으며 유명한 과학기술 성과를 많이 이룩했습니다. 오늘날 베이징대학의 명성이 이루어진데는 교육가 채원배(蔡元培)를 운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채원배는 중국 민주혁명가이고 과학가이며 중국 지식계의 탁월한 선구자입니다. 1916년부터 채원배는 베이징대학 총장으로 임명되어 베이징대학 학부개혁을 시작하면서 일생에 가장 기념적인 한폐지를 엮었습니다.

베이징대학, 학창시절 누군가에게는 막연히 꿈이었고 누군가에는 꿈을 실현하는 첫걸음이 되었던 학부죠. 이 학부의 명성에 중요한 공헌을 한 채원배, 그가 살던 옛집을 거닐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채원배옛집은 절강성(浙江省) 소흥시(紹興市) 소산가(蕭山街) 필비골목(筆飛弄)13호에 위치해 있습니다. 소흥특색이 다분한 명청(明清)시기 대문(台門)건물로 된 이 곳은 중국에서 채원배 일생을 전문적으로 소개한 유일한 명인기념관입니다. 이 옛집은 마당형 출입구와 대청(大廳), 루각단지 3동으로 나뉘었는데요, 동마다 넓은 청석(靑石板)을 깐 마당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둑판무늬 창문, 검정 기와에 흰벽으로 둘러쌓인 이 건물은 전목(磚木)구조로, 부지면적이 1856평방미터이고 건축면적이 1004평방미터입니다. 좁은 골목을 지나 가늘게 자른 대오리로 만들어진 대문앞에 서면 상단에 "채원배옛집"이라고 적은 편액이 보입니다. 이는 화가 겸 미술교육가 유해조(劉海粟)가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옆에 적혀있는 대련 "학술계의 태두(泰斗), 세상의 모범"은 모택동 주석이 채원배에 대한 최고의 찬사를 옮겨적은 것입니다.

마당형 출입구를 지나 현관에 들어서면 채원배 반신 조각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예지롭고 인자한 눈빛과 학자 풍채를 풍기는 이 조각상은 채원배의 고상한 성품과 끝없는 학구열을 그대로 재현한 듯 싶습니다.

베이징대학교 총장으로 있을 때 채원배는 교직원은 물론 학생들도 성근하게 대해주었고 어려움이 있으면 항상 성심껏 도와주었습니다. 한번은 성공에 대한 갈망과 동경으로 가득찬 베이징대학 한 학생이 늘 현실의 벽에 부딪쳐 침울해 있었습니다. 고민끝에 그는 채원배한테 편지를 썼고 채원배는 그를 사무실로 불렀습니다. 채원배는 그 학생에게 녹차를 직접 타주면서 친구가 선물한 상등품이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이 학생이 마시기에는 너무 담백해 맹물과도 같았습니다. 학생은 긴가민가했지만 채원배의 조언을 듣기에 급급해 캐묻지 않았습니다. 반면 채원배는 학생이 찾아온 의도와 관계없이 늘 다른 얘기만 하는 것이였습니다. 얘기를 한참 듣던 학생이 더는 참을 수 없어 구실을 대고 떠나려고 하자 채원배는 차를 다 마시고 가라고 만류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가요? 맹물같던 차에서 그윽한 향이 퍼지면서 온몸에 스며드는 느낌이 드는 것이였습니다. 찻잔을 보니 짙푸른 색으로 변한 찻물은 비취마냥 찬란한 빛을 뿜고 있었습니다. 눈이 휘둥그래 진 학생에게 채원배는 말했습니다.

"생활은 한잔의 녹차와도 같네.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속에 스며들어야 성공과 행복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네."

무엇이든 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착실하게 하다보면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교훈을 그는 한잔의 녹차에 비유해 말해줬던 것입니다. 요즘처럼 성공을 쫓기 위해 조바심에 젖어있는 현대인들에게도 이런 녹차 한잔의 깨달음이 필요하지 않을가 싶습니다.

이어 현관에 들어서면 애도의 뜻을 표하는 대련- 만련(輓聯)이 보이는데요 여기에는 "청나라 전복 (顚覆)부터 항일전쟁까지, 선생은 민족혁명을 목표로 했고 5.4운동부터 인권동맹까지 선생은 민주자유를 위해 움직였다"고 적혀있습니다. 이 만련은 주은래 총리가 짓고 심정암(沈定庵) 서예가가 쓴 것으로 채원배의 공헌과 휘황한 업적에 대해 총괄한 것입니다. 마당형 출입구를 지나면 널찍한 뜰이 보입니다. 높은 벽과 깊숙한 뜰은 모든 세속의 번잡함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두번째 동의 대청 앞 곁채와 대청 두 옆칸, 누각 앞 서쪽 곁채는 채원배 생애와 사적을 보여주는 진열실로 문물, 사진, 실물 등 형식으로 채원배 일생의 업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동은 2층으로 된 누각단지로 채원배 일가가 생활하던 거실입니다. 채원배는 태어나서 한림원(翰林院) 편수직을 맡을 때까지 이 곳에서 생활했습니다.

1868년 소흥에서 태어난 채원배는1890년 진사에 합격했습니다. 그는 과거가 시행된 이래 가장 어린 진사 합격자 중 한 사람입니다. 1904년 그는 광복회 조직에 참여해 회장으로 추대되었고 1905년 혁명지도자 손중산이 조직한 동맹회에 가입해 동맹회 상해 지부장으로 활약했습니다. 1907년 그는 독일로 유학을 떠나 철학과 심리학, 미술사 등을 전공했고 1916년에 귀국해 베이징대학 총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때 손중산은 "북방에는 혁명사상의 전파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채원배와 같은 선생이 역대로 제왕과 관료분위기가 다분한 베이징에 가서 전국적인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강력 추천했던 것입니다. 중국 현대 유명한 역사학자 고갈강(顧頡剛)은 채원배에 대해 "그가 베이징대학에 오면서 이 학부에는 거대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회억했습니다.

채원배는 베이징대학 총장으로 임명된 후 교육구국론을 주장하고 관료주의, 남존여비 등 봉건적인 사상을 개혁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그는 진독수(陳獨秀)를 문과 학부장으로 임명하고 호적(胡適), 유반농(劉半農), 주작인(周作人) 등 신예교수를 등용해 새롭고 자유로운 사상의 기운을 일으킴으로써 5•4운동의 아버지라 불리웠습니다.

채원배는 일련의 제도를 내옴과 동시에 몸소 행동으로써 낡은 관료주의 신분제도 등 사상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1917년 1월 4일 채원배가 탄 마차가 베이징대학 문앞에 닿자 일꾼들은 두줄로 서서 허리굽혀 인사했습니다. 새로 취임한 총장 채원배는 기존과 달리 마차에서 내려 모자를 벗고 일꾼들에게 허리굽혀 답례를 했던 것입니다. 귀천에 관계없이 일시동인하는 그의 모습에서 군자의 아량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채원배가 추진한 혁신적인 개혁으로 베이징대학은 점차 부패한 "관료양성소"에서 학술연구소인 최고학부로 부상했습니다. 이외에도 채원배는 평민교육과 여성교육을 주장해1920년부터 베이징대학 평민야간학교를 열었습니다. 이곳에서 남녀 학생 뿐만 아니라 평민들도 함께 강의를 들을 수 있었고 베이징대학에도 점차 자유롭고 개방적인 현대대학의 정경이 형성되었습니다.

1923년 채원배는 이 직책을 사임하고1928년 학문 연구의 최고기관인 중앙연구원의 설립에 참여해 이곳의 초대 원장이 되었습니다. 만년에 그는 항일구국운동에 적극 참여해 1938년에 국제반침략운동대회 명예주석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채원배는 그의 일생을 과학과 민주, 반봉건전제제도를 위한 노력에 바쳤습니다. 74년이란 생애에 그는 선후로 청정부시대, 남경임시정부시대, 북양정부시대, 국민당정부시대를 거치면서 시종 애국과 민주의 정치적이념을 견지하고 봉건주의 교육제도의 폐지와 중국 신식 교육제도의 창설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채원배는 교육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교육은 사람의 인격을 키우는 일이다. 단지 지식을 주입하고 기능의 역할만 연습시킬 뿐 이상을 심어주지 않으면 그것은 기계식 교육으로서 취할바가 못된다... 양호한 사회는 우수한 사람을 필요로 하고 우수한 사람은 교육에 의거해야 한다."

채원배의 말을 되새기면서 그의 옛집을 걷노라면 민족의 밝은 미래가 그려지는 듯 싶습니다. 오늘 "명인의 발자취를 따라서-채원배옛집"편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번역/편집:권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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