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봄바람이 불어온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온다, 새봄이 온다.

봄바람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손길마냥 우리를 정다이 쓰다듬어준다.

갓갈아번진 논밭의 구수한 흙냄새와 싱그러운 봄풀냄새가 한데 어울려 바람타고 풍겨온다.

꽃숲에, 애어린 잎사귀속에 보금자리를 트는 새들은 기쁨을 못이겨 맑은 목청 자랑하며 벗을 부른다… …"

주자청（朱自淸）의 산문 "봄"은 생기로 넘치는 이 계절에 보내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주자청은 중국 현대 유명한 산문가이며 시인, 학자, 민주인사입니다. 약동하는 계절을 아름다운 글귀에 담은 산문 "봄"을 떠올리면서 주자청옛집의 문을 두드려봅니다.

강소성(江蘇省) 양주시(揚州市) 안락항(安樂港) 27호에 위치한 주자청옛집은 전형적인 양주 민가입니다. 옛집 대문에 들어서면 마당은 내화벽돌이 깔려져 있고 사이사이에 이끼들이 자라나 있습니다. 중문은 조각으로 장식되었고 창문살에는 각종 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옛집은 대체로 소박하면서도 예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줍니다. 본채의 객실에는 청나라 때의 의자와 걸상, 궤안, 큰 사각상 등 주씨네 가족들이 사용했던 가구용품들이 정연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장방형의 탁자에는 탁상시계와 꽃병, 촉대, 관세음상이 놓여져 있는데 이는 "평생 무사평탄"을 의미합니다. 객실의 정면벽에는 주련 "개장천안마, 기일인중룡(開張天岸馬，奇逸人中龍)"이 적혀있습니다. 이 대련은 중국 청나라 말기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강유위(康有爲)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옆에 걸려있는 산수화는 강희(康熙)년간 명인 왕원기(王原祁)의 작품입니다. 학자가문인 주자청 옛집의 곳곳은 문화적 정취가 다분하고 한눈에 안겨오는 기물들은 집주인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동쪽 곁채는 주자청의 부친 주홍균(朱泓鈞)과 모친 주씨(周氏), 주자청의 두 딸이 생활했던 거실입니다. 이곳에는 큰 침대 두개와 화장대, 장방형의 탁자, 걸상과 책상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고 벽에는 주자청 부친과 모친의 사진이 걸려져 있습니다. 부친 주홍균은 바로 주자청의 산문 "뒷모습(背影)"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서쪽 곁채는 주자청의 서모와 둘째 아들 주윤생이 살던 거실입니다. 오른쪽으로 나란히 있는 두 방은 주자청의 서재와 거실입니다. 서재에 진열된 책궤며 담뱃대, 문방사우 등 유품들은 주자청 후손들이 기증한 것입니다. 뒷마당은 주자청의 생애를 전시한 공간으로 전시홀로 향하는 입구와 전시홀 두 구간으로 나뉘었습니다. 입구 가운데는 주자청의 조각상이 있는데 반쯤 걸터앉아 사색에 빠진 모습입니다. 전시구역의 벽에는 주자청의 생애와 작품, 저서들을 소개한 글과 사진들이 붙어있고 그 아래에는 주자청이1916년 베이징대학 예과에 1등으로 입학한 공지서와 친필원고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품들은 바래지고 사람은 떠났지만 이곳에는 지금도 우아하고 고결한 주자청의 기품이 배여있는듯 합니다. 이 곳은 전형적인 학자주택이기도 하고 소중한 문물건축이기도 합니다. 1982년 주자청옛집은 시급 문화재보호단위로 지정되었습니다. 옛집이 위치한 골목에는 민국시기 양주 민가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양주의 수려한 산수와 짙은 문화적 정취는 주자청에게 미를 추구하는 아름다운 심경을 키워주었습니다. 그런 연고로 그의 작품 속 글귀들은 유순하고 부드럽고 시적인 표현들로 가득차 얼어붙은 마음을 포근히 감싸줍니다.

가끔 삶에 무게에 지쳐 무기력해질 때면 산문대가 주자청의 옛집을 거닐면서 그의 희망찬 메시지를 떠올려볼가요?

"'한해의 계획은 봄에 달렸다.' 방금 첫 출발이다. 시간은 우리를 재촉한다. 희망은 끓어넘친다.

봄은 방금 태여난 갓난애처럼 모든것이 새롭다. 봄은 바야흐로 자라만 간다.

봄은 처녀처럼 아릿답기 그지없다. 봄은 바야흐로 방실거리며 걷는다.

봄은 건강한 젊은이처럼 무쇠같은 팔다리를 가졌다. 봄은 바야흐로 우리를 이끌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