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5 14:47:17 | c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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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일관적인 패턴과는 조금 달리 후효현(侯孝賢) 감독의 무협영화 "자객 섭은낭(刺客聂隐娘)"은 인륜의 정을 외면하지 못해 냉혈한이 될 수 없었던 자객 섭은낭 내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극중 주인공 섭은낭은 위박(魏博) 번진(藩鎮) 고위관료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섭은낭이 10살되던 해 그와 정혼자였던 전계안(田季安)과 갈라놓으려는 가성공주의 청탁으로 여도사는 은낭을 데려다 검객으로 키웁니다. 세월이 흘러 섭은낭은 부패한 관리를 살해하는 암살자로 자라나는데 그때 안사지란으로 번진이 할거되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있었습니다. 스승 여도사는 섭은낭에게 위박의 수천명 백성을 구하기 위해 절도사인 전계안을 살해하라고 명을 내립니다. 자객으로서의 정도와 사랑이라는 선택기로에서 섭은낭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한편 섭은낭의 모친은 전계안을 제거하면 그의 아내 원씨일가가 틈타 정권을 장악하게 되고 그러면 위박이 위기에 빠진다고 그녀에게 귀띔했습니다. 이때 섭은낭의 부친 섭봉(聂峰)은 전계안의 명으로 좌천된 군대 원수 전흥(田兴)을 호송해 다른 곳으로 피난가게 되었는데 길에서 원씨 일가의 암살자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뒤를 밟던 섭은낭은 우연히 만난 마경소년과 함께 섭봉과 전흥을 구해줍니다. 외부에서 위박의 권신들을 암살하고 전계안 관저에서 점차 숙청을 꿰하려던 원씨일가의 악행을 알게 된 섭은낭은 결국 스승의 명을 거부하고 전계안을 살해하려던 계획을 포기합니다. 여도사는 섭은낭이 인륜의 정의 끊지 못한데 대해 크게 실망하며 섭은낭과 결투를 벌여 그녀의 비수아래 생을 마감합니다. 결국 섭은낭은 자객으로서의 마지막 관문통과에 실패하고 시비가 엇갈린 이곳을 홀연히 떠납니다.
영화 "자객 섭은낭"은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정치싸움에 이용되어 원치않던 자객의 길을 가야 했던 섭은낭의 슬픔과 아픔을 담담히 풀어냈습니다. 주인공 섭은낭 역의 서기(舒淇)는 우수에 젖은 그윽한 눈빛과 고독한 표정, 섬세한 내면연기로 주인공의 깊은 아픔과 갈등을 인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외에도 전계안 역의 장진(张震), 마경소년 역의 마부키 사토시 등 배우들의 열연과 후효현 감독의 타고난 연출력으로 영화는 호평이 잇달았습니다. "자객 섭은낭"은 2015년 제6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고 후효현 감독은 그해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또 이 영화는 제52회 대만영화금마상 최우수 작품상, 제35회 홍콩영화금상장 최우수 양안중국어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과장된 영상 혹은 빠른 편집보다 있는 그대로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촬영기법을 고집하는 후효현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예외없이 자연을 또 다른 주인공으로 설정했습니다.
극중 섭은낭이 부친을 구하고 시끄러운 세상을 피해 고즈넉한 은행골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 은행골은 바로 호북성(湖北省) 수주시(隨州市) 낙양진(洛陽鎮) 영흥촌(永興村)에 위치한 중국천년은행골(中國千年銀杏谷)입니다. 이 은행골을 다녀간 후효현 감독은 순박하고 자연적이며 세속과 멀리 떨어진 도화원과 흡사하다고 극찬했습니다.
부지면적이 17만 천4백평방킬로미터인 은행골에는 수령이 벡년이상인 은행나무가 1만7천그루 있는데 그중 천년이상인 은행나무가 308그루 됩니다. 길을 따라 12킬로미터 이어져 자란 은행나무는 낙양진(洛陽鎮) 구구언(九口堰), 장판(張畈), 호가하(胡家河) 등 5개 마을을 뒤덮고 있습니다. 주씨사당(周氏祠) 앞에 있는 "오로수(五老樹)"에는 천년은행나무들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그중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수령이 1800여년입니다.
중국천년은행골에 있는 백만맷돌공원은 전반 풍경구에서의 핵심입니다. 이곳은 전국 십여개 성의 백만세대가 자원으로 기부한 1300여개 크고작은 맷돌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맷돌들은 크기와 재질이 모두 다른데 가장 큰 것은 직경이 1.1미터, 무게가 300킬로그램에 달하고 가장 작은 것은 직경이 10센티미터에 달합니다. 백만맷돌공원에는 크고작은 맷돌로 깐 길이 있고 길 양켠에는 맷돌건물과 맷돌광장, 맷돌걸상, 맷돌조각 등 맷돌중심의 경관들이 있습니다.
중국천년은행골은 은행군락이 대표적인 풋풋한 시골풍경구입니다. 현지의 시골건물과 시골풍경, 시골생활모습은 모두 정겹고 풋풋한 정취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옛 은행군락이 밀집된 주씨사당(周氏祠)과 호씨사당(胡氏祠)은 보존이 잘 된 건물로 호북민가의 전형적인 특색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마을에는 또 상주(商周)와 진한(秦漢), 수당(隋唐), 송원(宋元), 명청(明清) 등 서로 다른 시대의 건물들이 보존되어 시공간을 넘나드는 긴 터널을 형성했습니다.
추색이 완연한 늦가을에 접어들면 은행골은 산과 벌판이 모두 황금빛으로 물듭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강물에 비낀 은행나무, 은행나무 옆 농가… 산수화와 같은 중국천년은행골은 따뜻하고 푸근하며 편안한 특유의 느낌으로 애초의 순박함과 본성으로 돌아가려는 도시인들의 갈증을 풀어줍니다.
초탈하고 아름다운 천년은행골은 섭은낭의 고통과 번뇌, 아픔을 달래주고 감싸주며 본연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글/편집: 권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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