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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아버지를 업고 학교에 가다"–눈물로 얼룩진 등교길
2017-04-07 11:46:07 cri

영화: "아버지를 업고 학교에 가다(背起爸爸上學)"

상영시간: 1998년 10월 19일

쟝르: 청춘 드라마

감독: 주우조(周友朝)  

출연: 조강(趙強), 우예(于芮), 강화림(江化霖), 안단진(顏丹晨), 마은연(馬恩然)

수상: 제5회 대학생영화제 심사위원회 특별상,  제8회 중국영화동우상 우수성인배우상(누나 역의 안단진)

줄거리: 편벽한 시골의 아이가 편찮은 역경 속에서 완강한 의력과 끈질긴 노력으로 자신을 완성해나가는 이야기

어두컴컴한 방에 한줄기 빛이 장난끼 많은 남자 아이의 얼굴을 비춥니다.

밥상을 마주하고 앉은 아버지와 오누이 형제, 밥상 위에 놓인 낡은 구리 숟가락, 아버지는 오누이를 번갈아보면서 무거운 침묵을 깨고 입을 뗍니다.

"넌 중학교에 들어가야 되고 석와도 7살이니 학교에 입학해야 된다. 알다싶이 집안 형편도 어렵고 아버지는 능력이 없어서 둘 다 공부시킬 수 없구나. 관례대로 숟가락을 돌려서 손잡이가 가리키는 사람을 공부시키기로 했다."

말이 끝나자 바람으로 숟가락은 힘있게 돌려졌고 돌고돌아 손잡이는 석와한테로 향했습니다. 석와는 펄쩍 뛰더니 학교간다는 기쁨에 '와-'하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한편 맞은 켠에 앉은 석와 누나는 고개를 푹 떨군채 아무말없이 옷소매만 매만집니다. 숟가락 하나로 운명이 엇갈린 오누이, 그때 석와는 누나의 심정까지 헤아릴줄 몰랐던 그저 천진난만한 아이였습니다. 석와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누나와 함께 겨우 입에 풀칠하면서 살아갔습니다. 그런 석와를 늘 불쌍하게 여기던 누나는 아무런 불만없이 집안일을 도맡아하면서 아버지를 도와 석와의 뒷바라지를 하기로 했습니다.

석와의 학교는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등교길에 마련하(马莲河)라는 강을 건너야 했습니다. 강물이 깊지 않아 석와는 매일 맨발로 성큼성큼 건넜습니다. 그러다 연일 폭우로 강물이 불어올랐고 석와는 친구와 함께 강을 건너다 물에 빠진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게 됩니다. 어린 석와는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여3일동안 학교에 가지 않고 마을에 숨어 지냈습니다. 석와가 무단결석한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대노하며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누나의 학업을 중단시키는 대가로 공부하는 석와가 무단결석이라니, 아버지는 그런 석와가 철없고 한심해 보였던 것입니다. 석와는 하는수없이 뚜벅뚜벅 걸어서 강물 속을 걸어갔지만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자 그는 겁에 질려 제자리에 멈춰버렸습니다. 이때 아버지가 조용히 그의 옆으로 다가와 그를 업고 강을 건너며 말합니다.

"马莲河水有涨的时候,也有涝的时候。学是要天天上的,一天都不能含糊。你是个男娃,办啥事都要有个结果。"

"강물은 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공부는 쉬지 않고 해야 한단다. 사내라면 뭘 하든 끝을 봐야지…"

어린 석와는 아버지의 말을 백프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위로가 되었습니다. 훗날 아버지의 이 말은 큰 울림이 되어 항상 석와의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석와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등교길에 올랐습니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에 입학하자 석와의 학비는 점점 늘었고 아버지 혼자만의 힘으로 석와의 학비를 부담하기에 힘이 부쳤습니다. 결국 누나는 집안 부담을 줄이려고 일찍 출가해 결혼예물 비용으로 석와의 학비를 지불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석와는 아버지와 누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열심히 학업에 몰두했습니다. 특히 화학에 남다른 흥미를 지닌 석와는 고선생의 도움으로 전국화학올림픽콩클에 참가해 감숙(甘肅)지역 1등상을 수상합니다. 석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된 노력으로 16세 되던 해 꿈에 그리던 감숙성 사법대학에 입학합니다. 이 무렵 밭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드러눕습니다. 석와는 입학통지서를 받은 기쁨도 잠시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기본적인 생활도 자체로 하기 어려운 아버지를 두고 석와는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 통지서를 찢고 학업을 포기합니다. 아들의 짐이 되었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늦은 밤 갈기갈기 찢어진 통지서를 풀로 붙여놓고 마당 앞 우물에 투신합니다. 불길한 예감에 깬 석와는 달려나가 아버지를 구하고 대학에 입학하겠다고 눈물로 약속합니다. 이른 새벽 석와는 아버지는 모시고 등교길에 나섭니다. 수도없이 건넜던 강앞에서 석와는 몸을 낮춥니다. 아버지는 짚고 있던 지팡이를 버리고 아들의 등에 업힙니다. 아버지를 업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석와는 저 멀리 수평선 아래 하나의 점으로 사라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감상평] 

영화 속 주인공의 원형은 감숙성(甘肅省) 녕현(寧縣) 와협향(瓦斜鄉) 영길촌(永吉村)에서 태어난 이용(李勇)이란 인물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아버지를 업고 학교에 가다'는 1998년에 상영돼 수많은 관중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숫가락 하나로 오누이는 운명이 엇갈린채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가혹한 현실앞에서 부친은 미여지는 가슴을 눅잦히며 잔인한 선택을 운명에 맡겨야 했고 주인공은 누나의 행복을 희생하는 대가로 학업을 얻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이 은혜를 알기에 연로한 부친을 등에 업고 배움의 길에 나섭니다. 부친이 그에 대한 사랑을 담아 그를 업고 강을 건넜다면 그는 부친에 대한 효심을 담아 가족의 미래를 짊어지고 이 강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파란만장한 주인공의 등교길을 주제로 한 영화는 역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효심을 다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형상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영화는 또 가진것에 대한 행복을 망각한 채 앞만 보고 달리기에 급급한 현대인들에게도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장예모 감독의 조연출로 활동했던 주우조(周友朝) 감독은 화려한 촬영기법보다 사실적으로 시골사람들의 순박한 삶을 그렸습니다.

글/편집: 권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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