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지하의 대협곡)

기수(沂水, Yishui)현에서 서남쪽으로 약 8km를 가니 룡강(龍崗, Longgang)에 이르렀다. 튀지 않는 소박한 경관에 조금은 마음이 서운했으나 그 뒤에 잇다른 들꽃 만발한 산길때문에 20만년전에 형성된 지하 대협곡을 찾는 마음이 울렁거리기도 했다.

산수는 똑 같은 곳이 없다는 말이 있다. 옛 사람들의 발길이 찍혀 있는 땅에 서 있는데 오늘날의 이 경관이 어제와는 다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똑 같은 햇빛아래 서서 어디를 볼까 망설이는데 갑자기 가벼운 물 흐름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며 맑고 시원하게 안겨왔다. 물소리를 따라가 보니 청수한 폭포가 내는 소리였다. 사람들은 이 폭포의 이름이 "영빈폭(迎賓瀑)"이라고 했다. 한 걸음에 과거로 돌아가 눈 깜짝할 사이에 철인(哲人)이 된 나는 그 폭포가 천제(天帝)가 설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우리와 같은 속세의 사람들이 천만년동안 잠들었던 이 산과 이 물과 이 동굴의 이 돌의 고요함을 깰까 저어되었다. 그래서 나는 발걸음을 죽이고 침묵속에서 마음의 박동을 들으며 이 세상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