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어제의 서원을 엿 볼수 있는 오늘날의 서원공원)

천고마비의 가을에 나는 한 고대 연구학자와 함께 하남(河南, Henan) 낙양(洛陽, Luoyang)을 방문했다. 그 방문에서야 나는 13개 조대가 도읍을 정했던 이 낙양에 규모가 방대한 황실정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황실정원의 규모와 호화정도는 정원중의 정원으로 불리우는 베이징(北京, Beijing) 원명원(圓明園)을 훨씬 초과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정원이 바로 중국 황실정원의 비조인 낙양 서원(西苑, Xiyuan)이다.

기원 604년 수문제(隨文帝, Suiwendi)가 병환에 시달리는 중에 그의 차남인 양광(楊廣, Yangguang)이 태자 대신 황제로 되어 수양제라 했다. 풍류를 즐기는 수양제는 풍수가 좋은 낙양에 서원이라고 하는 중국 최초의 황실정원을 세우라고 했다.

둘레 200여리의 서원은 타원형을 형성하는데 오늘날 낙양의 구도시 전부 서원범위에 든다. 오늘날 낙양의 서원공원, 식물원과 모란공원은 그 때 서원이라는 큰 정원속의 작은 정원에 불과하다. 그로부터 서원의 규모를 알수 있다.

그 때 서원에는 산 좋고 물 맑은 명소가 아주 많았다. 인공으로 판 호수 하나만도 둘레가 십여리나 되고 물 깊이도 아주 깊었으며 호수에 봉래(蓬萊)와 방장(方丈), 영주(瀛洲) 에 섬을 만들기도 했다. 각자 수백미터 간격을 두고 물위에 수백미터 높이 솟은 이런 섬들에는 정자와 누각이 즐비하고 경치가 수려해 말 그대로 선인의 산을 방불케 했다.

서원의 북쪽에는 산길을 따라 물길을 만들고 양안에 여러 가지 모양의 궁전을 16개나 지었다. 화려한 건물들 사이에 맑은 물이 흐르고 물위에는 여러가지 모양의 다리들이 이쁘게 자리하고 있는데 그 다리에 올라서서 저 멀리 바라보면 푸른 산에 수풀이 우거지고 사이사이에 모란이 피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서원은 중국 고대 건축의 최고를 자랑한다. 서원이 축조된 후 수양제는 아주 만족해서 늘 서원에서 유흥을 즐겼다고 한다. 달빛 아래의 서원은 특히 아름다워 수양제는 "청야유(淸夜遊)"라는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는 기재가 있다.

그 때 서원은 황실정원으로써 황제의 초청을 받아야만 한번 구경할수 있었다. 그 때문에 서원을 본 일반인들이 적었고 서원에 들어가 보았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으로 여겨졌으며 그 때문에 서원은 문인들의 붓끝에 자주 오르지 못했다.

기원 618년에 당(唐, Tang)조가 세워진 후 서원은 방화원(芳華苑)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여전히 황실정원으로 사용되었다. 그 뒤 무측천(武則天, Wuzetian)이 낙양의 신도(神都)로 정하면서 서원은 신도원(神都苑)으로 되었다.

송(宋, Song), 원(元, Yuan) 후 도읍이 다른 곳으로 이전되면서 낙양은 과거의 찬란함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황실정원으로써 서원도 점차 퇴색해 오랜 세월동안 보수되지 못하다가 명(明, Ming) 청(淸, Qing)시기에 이르러 전쟁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오늘날 서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고대 정원사에서 서원의 위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호수를 중심으로 산을 만들고 산과 호수기슭에 건물을 지은 서원의 건축이념과 특색은 여전히 남아서 수백년 뒤 청조의 원명원에서 재현되었다.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