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휘주의 수묵화)

휘주는 언제나 유채꽃속의 수묵화를 방불케 한다. 나는 봄날에 휘주를 방문할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휘주는 봄철 한때만 영원한 고요속에서 한번 깨어나기 때문이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노오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청산을 안고 도는 다락밭과 넓은 벌판에도 유채꽃이 가득해 작은 동네를 감싸고 맑은 시냇물을 건너뛰며 한 껏 봄빛을 자랑한다.

휘주는 나서부터 수묵화이다. 흰 벽체와 검정 기와의 건물, 영원히 윤곽이 보이지 않는 먼 산과 거꾸로 비낀 아름다운 그림을 안고 흐르는 시냇물자체가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수묵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봄에 피는 유채화는 수묵화보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같은 유화를 연상시킨다. 이런 색채속에서 봄날의 휘주는 담담한 먹빛을 닦고 산뜻하면서도 우아한 꽃으로 변한다.

휘주는 언제나 너무도 많은 어제와 오래된 기억, 청산의 이야기와 녹수의 노래를 안고 있다. 그래서 석양이 아름다운 벌판을 걸으면서 머리 돌려 청산녹수속의 휘주를 보면 그토록 우아하고 그토록 세련되고 그토록 아름답기만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