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고 기둥만 남은 원명원 폐허)

아편전쟁 후 서방 열강들은 날이 갈수록 중국이란 이 거대한 땅덩어리에 더욱 큰 흥미를 가졌으며 통상구를 개방시킬 것을 청(淸) 정부에 요구했다. 함풍황제와 무기력한 청정부는 열강들의 무력 협박으로 1858년에 "천진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1860년 초, 영프 양국은 공사를 파견해 조약 수정을 요구했지만, 이 과정에서 쌍방간 엄중한 의견 충돌이 일어나게 되고 영프 양국은 남에서 북상하여 천진 대고구(大沽口)를 강점했으며, 함풍황제는 베이징에 파견된 26명의 영국 공사들을 원명원에 감금했다. 영군과 그 고용 병력(인도와 아프리카 병단)은 이를 구실로 삼아 프랑스군과 연합해 자금성(紫禁城)을 공격했다.

영프 연합군은 10월 초 베이징 지역에 돌입했으며 첫 목표는 원명원에 감금된 인질을 구출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연합군은 득승문(得勝門)으로부터 자금성을 돌아 직접 원명원이 있는 해정지역에로 행진했다. 프랑스군은 6일 저녁 영국군대에 앞서 원명원에 도착했으며 원명원을 사수하던 청나라 병사들과 충돌이 벌어졌다. 당시 대부분 청군은 모두 자금성을 사수하고 있었으며 원명원을 지키고 있던 30명의 태감과 위병들이 침략자에 저항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

원명원 약탈에 관해서 역대로 두가지 설이 있었다. 일부 학자들은 약탈과 방화는 10월 6일 저녁부터 감행되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학자들은 프랑스인들은 원명원을 먼저 통제했지만 영군이 이튿날 도착한 후에야 함께 원명원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원명원에 들어선 침략군들은 모두 선경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었으며 영국군관 스엔하우는 "예술가들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의 극치가 모두 이 곳에 있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명원의 찬란한 문명과 보물 앞에서 침략자들은 이성을 잃었다. 연합군 최고 통솔자는 대규모적인 약탈로써 전쟁의 손실을 보상받으려고 결정했다. 약탈 과정에 프랑스군에는 문물을 감상할 줄 아는 전문가가 있었으므로 그들은 대량 족자와 서예작품 등 예술진품들을 수탈했다. 이 진품들은 현재 대부분 프랑스 국가도서관에 수장돼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오늘날 우리는 원명원의 원래 모습을 알 길이 없으므로 연합군 침략자들의 일기나 그들이 쓴 편지에서 작은 단서나마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군 종군기자 비토는 카메라를 들고 원명원에 진입한 유일한 산 증인이다. 하지만 그가 찍은 사진마저 몇장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한차례 화재에서 모두 타버려, 원명원을 다시 볼 수 있는 유일하고 제일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며칠간 수탈한 뒤 후 영프 양군은 앞뒤로 원명원을 떠났다. 하지만 영군 통솔자 그란트는 이로써 그만두려 하지 않았다. 원명원에서 피 감금된 영국 공사들을 찾아냈을 때 그중 절반 인원들은 금식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그란트는 영국이 외교상 큰 수모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란트는 함풍황제가 담판요구를 달갑게 받아들이고, 동시에 영국이 받은 소위 수모를 보상받기 위해 10월 18일 영군을 이끌고 다시금 원명원에 침입해 불을 질렀다. 민간에 떠돈 소문에 의하면 베이징은 가을에 일반적으로 큰 바람이 없는데 이날 저녁에는 뜻밖의 광풍이 몰아치며 큰 불이 순식간에 대면적의 원림을 덮쳤다고 한다.

당시 베이징의 모든 곳에서 모두 짙은 연기가 하늘에 치솟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미처 멀리 피신하지 못했던 공친왕(恭親王) 혁소(奕訴)는 원림원에서 솟구치는 불길을 보자 땅에 털썩 주저앉아 큰 소리로 통곡했다. 열하로 도주한 함풍은 이듬해(1861년)에 병으로 운명했으며 절세의 이 황가원림과 방대한 동방제국도 차츰 빛을 잃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