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좀 흐른후 읽은 노벨수상작 《파리대왕》은 나에게 무척이나 신선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 이런 책을 구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월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출간된지 꽤 됐을것이지만 중국의 여건상 내가 접하기까지에는 긴 려로가 있었을것이다. 당시 한국작가들이 일부 연변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을 통해 한국도서들을 접할 기회가 조금씩 늘어났다. 한국어로 번역된 《파리대왕》은 어린이들의 천진란만한 동심의 《락원》에서 발생한 권력, 이데올르기, 전쟁, 정복, 정권, 독재… 등으로 지구가 인간의 본질에 의해 국가로 나뉘여진 인간문명의 최초 국가모델을 재현시켰다. 그것은 북경에서 안고있었던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과도 같아 나의 머리를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한 인간으로서, 작가로서 국가관, 민족관이 인간관에서 해석이 될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고 이데올르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리이기도 했다.

세번째 충격은 북경에서 돌아온후 주정협에서 조직한 연변문물고찰단에 우연히 끼이게 되면서 시작되였다. 북경에서 가지고 온 충격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데 문물답사는 나의 문학관에 대해 또 한번 정리해주었다. 답사현장에는 백여년밖에는 안되는, 우리와 혈연적으로 너무 가까운 우리의 민족사가 있었다. 우리 증조부님들의 발자취와 체취가 아직 남아있고 그들의 뼈가 아직 그대로 묻혀있었다. 그리고 성국을 자랑하다가 사라져간 나라들의 력사가 흙무지로 남아있었다. 고구려, 발해, 료나라, 금나라, 동하국, 명나라와 청나라… 그중 발해의 수도 서고성, 팔련성을 답사할 때에는 도포를 휘날리는 왕의 모습과 풍악에 맞춰 춤을 추는 궁녀들의 모습이 보이는듯했다. 한줌의 흙도 새로왔다. 팔련성 발해왕궁의 옛터에서 무성한 벼들을 보며 감회에 젖었다. 천년전에 사라졌다가 백년전 조선족의 이주와 더불어 피여난 벼꽃의 향기였으니… 그후 1992년에 6명의 문인친구들과 함께 중국조선족문화연구회 일원으로 우리 민족이주사취재에 착수했다. 겨울의 눈길을 헤치며 도문, 훈춘, 왕청, 개산툰, 룡정 등지를 다녔다. 그뒤에 계속 항일투쟁, 해방전쟁, 집체화, 《항미원조》, 《문화대혁명》, 한국붐 등에 대한 취재로 이어졌다. 그 력사의 현장에서 민족과 소수민족과 인간의 생명, 생존에 대해 생각했다. 민족사취재는 결국 인간의 력사에 대한 리해로 넘어갈수 있었다.

네번째 충격은 아마도 1993년 가을에 있은 한국행을 계기로 받은것 같다. 중국보다 한발 앞서 세계 질서에 편입된 한국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문이였다. 문화, 체제 등 다양한 갈등을 겪으며 고민했다. 그중에서도 당장 중요했던것은 언어에 대한 단절감이였다. 한세기가 넘은 중국정착생활중에 조선족의 언어는 중국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일부 변이를 일으켰다. 한국의 언어도 서구문화의 침투로 변이를 일으켰다. 심한 말이기는 하지만 조선족의 문학은 번역을 통해서만이 읽기가 가능하다는 말들도 들었다. 중국에서 우리의 문학이 한어권문학속으로 들어가기가 힘든 상황인데 같은 언어권인 한국의 문학권에서도 밀려나면 어쩌지? 생각할수록 참담했다. 1세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겠지만 중국 언어문화 및 중국 체제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세대들의 글은 정도부동하게 이런 문제들이 심각했다. 한국에서 돌아온후 한동안 한어문작품을 읽지 않을 정도로 한국작품에 집착했다. 언어갈등해소가 주목적이였으나 자연스레 한국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였다. 한국에서 책을 여러권 내게 되였고 례외적으로 십여년째 팔리는 책도 있게 됐다.

그후에도 충격을 받지 않은건 아니지만 그것은 외부적인것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것이였다. 어쩔수 없이 생로병사와 리별을 공부하는 나이가 된것이다. 가까웠던 사람들을 잃으면서 커다란 아픔을 경험했다.

외부적인것이든 개인적인것이든 내부를 통하지 않고 일어나는 충격이란 있을수 없을것이다. 생명에 대해 따뜻하게 사랑하며 삶의 한복판에서 언제든 새로운 충격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지, 그렇게 생각한다. 충격을 받아들인다는것은 마음이 새로이 태여남을 의미하고 젊어짐을 의미하는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또 다른 충격을 기대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