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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거미이야기-2
2009-04-15 16:56:47               
cri

김훈

 

《여보!》

엄마가 새된 소리로 아버지를 불렀습니다.

《간 떨어지겠다. 왜 그래?》

《저기 저…》

엄마는 말을 이어대지 못하고 그저 손으로 지붕우를 가리켰습니다. 지붕우로 뱀이 기여오르고 있었습니다.

《저 뱀이 어쨌다는거야?》

《저 뱀이 거미를…》

엄마의 말에 아버지는 제꺽 사다리를 가져다 놓고 지붕우로 올라갔습니다. 아버지는 막 지붕뒤로 넘어가려는 뱀의 꼬리를 잡아쥐더니 몇번 휘둘러대다가 지붕우에 얹어놓은 나무토막에다 뱀대가리를 내리 깠습니다. 그리곤 그 자리에서 뱀 껍질을 발가내고는 뱀의 밸을 쭉 ?어냈습니다.

《거미가 살아있나요?》

엄마가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아버지가 엄마앞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버지 손에는 거미 크기만한 시커먼 것이 놓여있었습니다.

《이게 거미얘요?》

《잘봐, 이게 뭔가?》

《거미가 아니군요. 대체 뭐얘요?》

《담배진이야. 내가 잎담배를 썰면서 칼에 붙은 담배진을 긁어낸 것을 거미가 죄다 모아가지고 거미줄에 달아맨 모양이야. 그것을 뱀이 거민가 하고 덮친거지. 내가 뱀을 잡지 않아도 담배진을 삼킨 뱀은 꼭 죽게돼 있어. 그러고 보면 거민 참 영특한 놈이야.》

《거민 어디 갔을가요?》

《어디 숨어있겠지. 래일이면 또 줄을 칠거야.》

남편장례를 치르고 나는 집을 팔았습니다. 남편잃고 집까지 판 나에게는 이제는 아들밖에 없습니다. 아들을 피아노연주가로 키우는 것이 바로 남편의 생전 소원을 풀어드리는 길이고 내 생애의 유일한 희망사항입니다. 북경에 도착하자 바람으로 나는 그 녀인의 집을 찾아가 인사드렸습니다.

《그동안 우리 애를 보살피느라고 얼마나 고생 많았겠어요.》

《무슨 말씀 이렇게 하세요. 오히려 우리가 덕을 받는데요.》

《덕이라니요?》

《애가 어찌나 어른스러운지 어른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지경이얘요. 자기 옷을 절로 씻는 것은 둘째치고 설걷이까지 어쩌면 그렇게 잘해요. 우리 애도 인젠 그 본을 받아 자기 옷은 자기가 씻고 방 청소도 절로 해요. 부러워요. 부모교양 잘 시켰더군요.》

녀인은 내 아들의 자랑을 잔뜩 늘여놓더니 내가 마음의 안정을 찾을 때까지 아이를 그냥 자기 집에 맡기라고 했습니다.

《고마운 말씀이지만 애가 곁에 없으면 마음이 더 괴로울 것 같아요.》

《그러시다면 아예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는게 어때요?》

《네?!》

너무나 생각밖이였습니다.

《달리 생각하지 마세요. 사실 저나 우리 애나 다 외로운 몸이얘요. 저라는게 아래층에서 밤낮 텔레비죤앞에 붙어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애는 애대로 웃층에서 피아노만 치다나니 집안 분위기라는게 말이 아니얘요. 너무 침침하다 할까요. 그런데 그 집 아드님이 와 있으면서부터 우리 애 얼굴이 밝아지고 집안 분위기도 명랑해졌어요. 저들끼리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걸 보니 우리 애가 동심을 도로 찾은 것 같아요. 저도 가정같은 분위기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돼요.》

그러면 녀인은 우리 애가 오기전에는 그런 가정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얘기가 됩니다. 하긴 옛날부터 집안 화기는 돈이나 재산에는 관계없이 사람나름에 간다고 했습니다. 나의 할머니는 생전에 이런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고대광실에 사는 놀부네 집은 하루종일 가도 웃음소리를 들을수 없지만 째지게 가난한 흥부네 집은 종일 웃고 울고 떠드는 소리가 그칠새 없었단다. 그러니까 흥부네 집이 진짜 사람 살아가는 집이지.》

우리 집은 화기애애한 집이였습니다. 그러나 인젠 가정의 기둥이였던 남편을 잃고 화기가 돌던 집마저 없어진 지금에와서 내앞에서 외로움을 하소연하면서 가정분위기를 운운하는 녀인이 너무나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미안해요. 사실 가정얘기는 꺼내지 말아야 하는데…》

녀인도 굳어져가는 내 얼굴표정에서 뭔가 읽었는 모양입니다.

《다른 뜻은 아니구요, 편히 여기서 며칠 있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한 말이얘요.》

《고마워요.》

그동안 내 아들을 보살펴준 녀인의 성의를 뿌리칠수 없어 나는 그날 녀인의 집에 묵었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녀자와 녀자가 서로 만나면 그것도 다 같이 외로운 사람끼리 만나면 인차 허물없는 사이가 돼버립니다. 내가 여태껏 궁금하던 것을 녀인에게 물었습니다.

《애 아버지는 뭘 하시는 분이얘요?》

녀인은 내가 묻는 말에 인차 대답을 하지않고 입가에 허거픈 웃음을 떠올렸습니다.

《혹시 묻지 말아야 할걸 물은게 아니얘요?》

《아니얘요. 뭐 비밀도 아닌 일인데. 애 아버지는 홍콩에 있는데 사업하는 분이얘요.》

《그럼 자주 못오시겠네요.》

《일년에 네댓번은 와요.》

《홍콩엔 자주 가나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어요. 갈 생각도 없구요.》

그러곤 녀인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녀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한 감각으로 나는 그 가벼운 한숨에 그 어떤 말못할 사연이 실려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 술 한잔 할까요?》

《전 술을 전혀 몰라요.》

《오늘 한잔 마셔보세요. 약한 술이니까요.》

녀인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술병 하나와 잔 두 개를 가져왔습니다.

《오래된 포도주인데 맛이 괜찮을거얘요.》

녀인이 잔에다 술을 따르고는 나한테 한잔 권했습니다.

《자주 술을 하나요?》

술잔을 받으며 내가 물었습니다.

《가끔씩은 해요.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을 때면 혼자서 둬잔 정도는 해요.》

술맛은 달콤하면서도 약간 시큼한 맛이 있었습니다. 녀인은 단숨에 한잔을 굽냈습니다. 이번엔 내가 녀인의 잔에 술을 따랐습니다.

《오늘은 함께 술을 마시는 분이 있으니 기분이 좋네요. 잠이 오지않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으면 별로 제가 이 세상에서 따돌림당한 사람같이 여겨져요. 밤하늘을 쳐다보면 숱한 별들이 깜박이면서 내려다보고 있는데 유독 나만이 별들한테까지도 외면당한것같이 보여져요.》

《언제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자식을 위해 뭐나 다 포기한뒤로부터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그런데 저한텐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그 말이 실감적으로 안겨오지 않는데요.》

그러면서 나는 호화스럽게 장식된 방안을 쭉 둘러봤습니다.

《그 말뜻을 알만해요. 이런 주택에서 돈 걱정없이 사는 제가 모든 것을 포기했다니 곧이 들리지 않는단 말씀이지요. 어느 영화에선가 황제가 이런 말을 한 것으로 기억돼요. 〈임금의 자리는 사실 외로운 자리〉라고요. 호화로운 이 주택도 자식을 위해 제가 모든 것을 포기한 대가의 하나이지요. 말하자면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대가로 외로운 공간을 마련한셈이죠.》

사람은 만족을 모른다고 합니다. 나처럼 단간방 세집에 있는 사람에게 궁궐같은 별장을 한낱 외로운 공간이라고 말하는 녀인은 영원히 만족을 모르는 사람인가 봅니다. 돈 잘 버는 사업가인 남편에 호화스런 주택, 그리고 귀여운 딸을 가진 녀인이 뭐가 부족해서 외롭다고 하는지 또 자식을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나는 아들의 출세를 위해 직장을 버렸고 나중엔 남편을 잃었고 집마저 팔았습니다. 대체 자식을 위해 녀인이 포기한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비참한 내 처지에 비하면 녀인의 하소연은 어디까지나 배부른 흥타령에 불과합니다. 마치도 굶주려 뼈만 앙상한 사람앞에서 비대한 몸을 드러내보이며 살까기를 하지 못해 근심하는 그런 식입니다. 하긴 가진 자는 가진 자로서의 번뇌가 있고 없는 자는 없는 자로서의 고통이 있다하지만 가진 자의 번뇌는 없는 자의 고통에 비하면 어디까지나 사치스러운것입니다. 례하면 외롭다는 것은 나의 경우에는 너무나 사치스러운것입니다. 세상 아득바득 살아가느라면 외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습니다. 외롭다는 것은 세상 살아가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사치병일 뿐입니다.

누군가 부자들은 가난까지도 탐낸다고 했습니다. 녀인이 돈을 줄테니까 말동무만 해달라고 청을 든 것은 다름이 아니라 돈으로 사치스런 그 하소연을 고스란히 들어주고 스트레스를 풀 상대를 사는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녀인의 집에 있을수 없었습니다.

이튿날 나는 아들의 데리고 그 녀인의 집을 나왔습니다. 하루라도 더 있다간 내가 되려 그 사치스런 병에 옮을가봐 겁났습니다.

엄마는 가끔 파리나 모기를 잡아선 거미줄에 걸어놓았습니다. 거미의 먹이로 말입니다. 그걸 보고 아버지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부질없는 짓 하지마. 거민 죽은걸 안 먹어. 더군다나 새끼가진 놈은 말이야. 거미란 놈은 사냥물을 잡아먹어도 즐기면서 먹는 놈이야. 날아다니던 파리가 거미줄에 걸리면 거미란 놈은 먼저 그 주변을 슬슬 돌다가 먼저 거미줄로 파리의 날개를 묶어놓지. 파리가 벗어나려고 날개를 파닥거리면 거미는 서두르지않고 거미줄로 한겹 두겹 파리를 옥매지. 나중에 파리가 옴짝달싹 못하게 될 때까지 지키고 있다가 서서히 죽어가는 파리를 천천히 요기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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