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 달은 어느새 공중에 올라 더욱 청명하게 보인다. 강물 양안의 수목은 낯처럼 밝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몽롱한 아름다움을 충분히 자랑한다. 맞은켠 산봉은 달빛에 걸린듯 기복을 이루고 내가 서 있는 평야는 달빛 아래 더욱 심원하고 신비하다.

달빛은 강물에 반사되어 더욱 반짝인다. 마치 움직이는 골든 사슬과도 같이 반짝반짝 빛을 냈다. 그러다가는 갑자기 두 동강이 나고 혹은 몇개로 나뉘었다가는 다시 하나로 연결되며 무궁한 변화를 보인다. 별빛이 강물위에서 아무런 구속없이 뛰놀고 있을때 기슭에서 우수리강 뱃노래가 들려왔다. "우수리강은 길고 길다네. 푸른 강물은 동으로 흐르고…" 이 노래소리는 어부가 기슭으로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어둠이 깊고 몽롱한 강물위를 흘러오던 어부의 배가 달빛속으로 들어서자 물에 비꼈던 둥근 달이 순식간에 무수한 달로 변한다. 달빛속을 지나는 그들의 어두운 그림자, 이런 경치는 정말로 쉽게 만날수 있는것이 아니리라!

달이 하늘을 미끄러져 가는데 엷은 구름이 그의 얼굴을 덮었다. 수줍움을 타는 신부가 가벼운 면사포를 쓴 듯 강물위의 달도 어두워졌다. 그러자 강수면의 경관이 더욱 멀어지고 더욱 신비해졌고 양안의 경치도 따라 어두워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이리의 울음소리, 밤 꾀꼬리의 우짖는 소리, 짝을 찾는 노루의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한 동안 머물었던 구름이 달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고 달은 계속 서쪽으로 향했다. 강물에서는 찬 안개가 일었다. 회백색의 안개는 습기로 가득 차 머리에 들어붙고 옷에 들어?더니 순식간에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넘치고 달빛이 점점 스러져 갔다. 처음에 밝은 달빛이 어두은 흰 빛으로 변하더니 금방 또 무력하게 창백해지고 이어 안개속으로 숨어 달빛의 그림자도 볼수 없었다. 밝아오는 내일 아침 우수리강에서 안개를 구경하리라 생각하며 나는 우수리강을 떠났다.

(번역,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