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산은 멀었다. 비행기를 타고 두시간, 자동차를 타고 세시간을 달려도 아르산에 이르지 못하였다. 하지만 여로의 피곤함은 없었다. 하라르에서 비행기를 내려 자동차를 바꾸어 타면 끝간데 없는 초원을 달리기 때문에 화살같이 달리는 자동차를 따라 마음도 훨훨 날아 피곤기란 조금도 없다. 푸른 하늘, 흰 구름, 한가로운 소와 양떼, 그 위를 날으는 독수리, 붉은 색갈의 기발을 날리는 오포(敖包-몽골족들의 제단), 반짝이는 못, 그리고 가끔 보이는 마을들과 모터찌클을 타고 노니는 초원사람들이 눈을 쉬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세시간을 달려 우리가 정신을 회복하기도 전에 벌써 산 입구에 들어섰다. 이 곳의 산세는 완만하게 기복을 이루며 서정적인 음악을 연출하였고 무성한 소나무의 향기가 가슴깊이까지 스며들었다. "숨을 깊이 들이마셔, 산소에 취할거야". 하고 친구가 말하였다. 산소에 취하는 우리의 눈앞에 녹음속에 조용히 드러누운 강물이 보였고 그 곁에 붉은 지붕의 건물들이 역시 녹음속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장난감 블럭같은 건물의 그 동화의 도시가 바로 아르산시었다. 여기까지 오기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여행중 좋은 경치를 다 보지 못했다는 유감이 들었다. 듣는바에 의하면 아르산에 공항을 신축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베이징에서 아르산까지 2시간이면 도착하게 된다고 한다. 그 때면 비행기에서만 여로의 경치를 볼수 있으리라. 그러면 남은 세시간을 가지고 무얼 하지? 온천욕을 하자. 아르산에는 가장 좋은 온천이 있다. 아마 아시아에서 최고이고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온천 박물관일 것이다.

그 해 가을에 또 아르산으로 가자는 초청을 받았다.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흔쾌히 대답하고 아르산으로 출발하였다. 이번에도 먼저 비행기를 타고 다시 자동차를 바꾸어 타고 아르산으로 향하였다. 후룬벨 대초원은 여전이 어제의 초원이었고 대흥안령도 여전히 어제의 대흥안령이었다. 다만 "소슬한 가을 바람이 불어와 옷을 바꾸어 입었을 뿐이었다. " 오히려 가을옷을 바꾸어 입은 아르산이 더욱 찬란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가을의 초원은 "추풍낙엽(秋風落葉)"의 세례를 받아서 더욱 박대함과 기백을 보였다. 아르산을 가까이 할수록 색채가 산뜻해지고 강물주변의 경치는 따뜻함을 나타내기도 하고 양쪽의 산은 일곱가지 색갈로 아름답게 단장한듯 하였다. 바람이 불어도 나뭇잎은 떨어지지 않고 나무가지에 매달려 한들거리며 풍경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냈다.

아르산은 작은 도시이다. 아르산의 전칭은 "하룬 아르산인데" 몽골어로 "뜨거운 성스러운 물"이라는 의미이다. 아르산은 물때문에 흥하고 물때문에 관광레저승지로 된 도시이다. 아르산에는 벌써 고급 호텔들이 즐비하고 관광시설도 그?하다. 우리는 강가의 별장을 선택했는데 주변에는 이런 별장들이 수십채나 줄지어 있었다. 온천욕을 하고 별장에 돌아오니 모든 피로가 말끔히 가셔졌다. 커텐을 여니 별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창턱에 걸터앉으니 맑은 하늘이 바로 머리위에 있고 반짝이는 별은 공중에 걸린 야광주인듯 하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 별의 수자를 헤아리게 된다. 그러면서 어릴때 밤이면 별의 수자를 헤아리느라 잠 못자던 그 때를 감미롭게 회억하게도 된다. 강물에는 달빛이 비쳐 은빛으로 반짝이고 물은 여전히 소리내며 흘러간다. 강 ?은켠의 산 둔덕에는 넓은 소나무밭이 있는데 달빛아래 검은색위에 몽롱한 안개빛을 띤다. 바람이 불자 수림은 설레며 무수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듯 하다. 이런 밤이면 누구든지 생활의 번잡함과 고뇌를 잃어버리고 자연에로 돌아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이 때면 인간과 자연과의 교류, 인간간의 교류가 하도 용이하여 언어가 필요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 쳐다보거나 아예 눈을 감아도 서로 상대방의 맥박을 듣고 산과 강물, 초원과 산림의 선율을 들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