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천척당(千尺幢)의 계단을 밟고 두 손으로는 굵은 철 난간을 잡고 80도각의 험준한 산을 오르노라면 귀가에 바람소리가 들린다. 바람은 나포라도 할듯 사람을 움켜쥐고서는 발밑의 돌과 함께 저 벼랑아래로 던지려는듯 하다. 저 아래 골짜기는 오히려 넓고 커서 탐욕의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위에서 무슨 물건이 떨어지든 다 받아들이려는 것 같이 보인다. 거기다가 산골짜기는 자석이라도 된 듯 사람을 아래로 당겨 저도 모르게 다리가 나른해지고 위로 올라갈 힘을 잃어버리게 한다. 그래서 철 난간을 잡은 손 바닥에도 땀이요, 돌 계단을 디딘 발 바닥에도 땀이요, 입가나 코등, 이마에도 콩알같은 땀이 대롱대롱 달려 있다. 온 몸의 털도 바짝 힘을 쓰고 일어서고 눈섭이나 머리칼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온 마음을 바짝 잡고 험준함을 볼 사이도 없이 정력을 집중하여 발 아래 돌 계단만 내려다보며 위로만 향한다. 그렇지 않고 정신이 조금만 해이해져 눈길을 다른데 돌려 발을 조금만 잘못 디디면 천길나락으로 떨어진 위험이 있어 생각만 해도 무서워 온 몸이 굳어진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화산(華山)행은 중도에서 끝나게 된다.

섬서(陝西)인들은 화산은 여와(女渦)가 다섯 색갈이 나는 돌을 구워 하늘을 깁고 남은 그 기이한 돌이지 가평요(賈平凹)의 붓 아래 묘사된 못 생긴 돌이 아니라고들 한다. 화산은 진천(秦川)의 부족함을 보충하였다. 팔백리 진천벌은 너무 평탄하고 황토가 많아 생기는 있되 풍부하지 못하였다. 그런 곳에 험준한 화산이 솟아나자 진천벌에는 변화가 생겨 섬서성의 기상이 형성되게 되었다. 섬서인들의 설에도 일리가 있다. 화산은 섬서성의 산수에서 금상첨화의 역할을 한다. 험준한 화산은 관광객들에게 잊을수 없는 깊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화산은 거대한 돌이다. 화산기슭을 달리는 자동차도 화산위를 날아지나는 비행기와 새도, 화산 중턱을 올라가는 사람과 케블카도 화산에 비하면 벌레와 같이 보잘것 없이 보인다. 하지만 화산의 거대함은 화산의 최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