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의 이른 새벽에 연변(延邊, Yanbian)으로 출발하기 위해 우리는 새벽 4시, 짙은 어둠속에서 자동차를 타고 길림(吉林, Jilin)시를 출발하였다. 나는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진정으로 북국의 설경을 구경할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다.

큰 눈이 내려 한기가 뼈를 에였고 공중에 걸린 반달이 검은색의 가무가지속에 숨었다가는 희미하게 저 산봉을 비추곤 해서 적막함과 신비함을 더 해주었다. 산 마루를 넘어 산길을 타고 달리는데 눈 썰매 몇 대가 밝아오는 새벽빛 속에 눈을 다지며 다가왔다. 온 몸을 꽁꽁 감은 썰매주인들이 채찍을 울리며 썰매를 끄는 소를 다그쳤다. 눈 썰매를 끄는 소의 수염에는 온통 은색의 서리가 끼였는데 황소는 머리를 흔들거리며 앞으로만 나아갔다. 썰매에는 빗자루가 가득 실려 있었다. 어디에 사용하는것인지? 가장 일찍 여명을 맞이하는 이 농민들은 몇시에 벌써 잠자리에서 일어났을까!

7시가 지나서야 날이 밝아왔다. 눈으로 덮힌 높은 산봉우리들이 울쑥불쑥한 산간지대 마을들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집집마다의 지붕에는 눈이 두텁게 덮혀 있고 차거운 바람속으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랐다…아, 여기에도 성에가 었었다! 일부는 활짝핀 배꽃모양이고 일부는 막 봉우리를 피우려는 희디흰 목련과 같았다. 조선족 여성 두 명이 흰 꽃을 활짝 피운 나무속을 걸어나왔는데 그들의 몸도 온통 하얀 서리로 덮여 있었다. 그들은 머리에 한자 높이는 됨직한 무언가를 이고도 두 손은 자유롭게 앞뒤로 흔들며 걸었다.

점심에 슬하(瑟河, Sehe)에 이르렀다. 슬하, 얼마나 듣기 좋은 이름인가! 이곳에서는 산도 흰 색이고 길도 흰 색이고 건물도 흰 색이고 멀고 가까운 곳의 나무도 흰 색이었다. 지어 목재를 나르는 자동차들도 흰 색이었고 유독 하늘만이 씻은듯 파아랗게 있었다. 길가에서 간혹 열기가 나는곳이 있었는데 그 주변의 나무와 돌들에는 서리가 끼어 그 돌사이로 졸졸졸 물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