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네 처녀산과 바싹 붙은 장평구는 전혀 달랐다. 자동차가 장평구 골짜기 입구에 이르자 자동차 입산이 거절되었다. 우리는 자동차 대신 말을 바꾸어 타고 40km의 유람을 시작했다. 이 날 우리는 그 어느 여행보다도 더 힘든 여행을 했지만 또 그 어느 여행보다도 더 강한 스릴도 느꼈다. 이 골짜기에는 길이란 없었다. 이 곳에는 네 발 가진 말만이 다닐수 있었다. 나는 말 안장을 꽉 잡고 말 잔등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여울을 건너고 돌길을 지나고 수풀속을 뚫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진흙길을 걸으며… 끝내 들꽃이 만발한 네 처녀산 기슭의 그 아름다운 잔디밭에 이르게 되었다.

말 잔등에 앉아 여기까지 오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그 아름다운 경치에 나는 금방 만족한 마음이 되었다. 도시의 물질문명이란 그림자도 볼수 없는 이 자연에 너무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그 산과 그 물과 그 나무와 그 풀은 그 토록 그들만의 맑은 영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맑은 영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스며들이 인류의 지혜로 변했다. 사실 인류도 자연의 한 부분이다. 그러니 인류의 지혜 역시 자연의 한 부분임은 당연하다. 장평구에도 아스팔트길을 닦을 계획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자동차가 장평구에 들어서는 날 오늘날의 장평구는 더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네 처녀산의 눈앞에 서 있으면서도 네 처녀산을 가까이 하지 못하고 그냥 저 하늘 구름속에 높이 솟은 뾰족한 설봉이 석양에 찬란한 금빛을 뿌리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다고 나는 꼬물만의 유감도 느끼지 못했다. 그 것은 프로 등산대도 수차 이 네 처녀산을 정복하려 시도했지만 끝내는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현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아세아의 히말라야산과 유럽의 알프스산, 남미주의 안디스산을 정복했지만 오만하면서도 아름다운 네 처녀산의 등정은 실현하지 못했다. 황산(黃山)과 무이산(武夷山), 아미산(峨眉山)을 비롯한 명산들이 날마다 수천수만의 인파에 밟히니 신비함이 어디 있을 손가! 반면에 그 누구도 올라갈 수 없는 산, 그 누구도 손해를 끼칠수 없는 산, 네 처녀산은 오늘까지도 원초적인 순결함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더 사랑스럽고 더 신비하고 더 매력을 발산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