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멀리서 본 돈황 막고굴)

나는 내가 가 본적 있는 그 곳이 진실하게 존재하는 곳인 줄 몰랐다. 명사산(鳴沙山, Mingshashan) 산정에서 본 남쪽은 신기한 오아시스였는데 이곳, 석굴(石窟)의 ?은 쪽에서는 삼위산(三危山)이 하늘끝에서 뻗어져 내린것이 보여 모든 경관이 멀어지고 하늘과 땅이 더 없이 광활해 보였다. 황혼의 바람속에서 흔들리는 나뭇잎은 반짝이는 흰 빛을 내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아무리 해도 돈황(敦煌, Dunhaung)을 가까이 할 수 없고 막고굴(莫高窟, Mogaoku)를 가까이 할 수 없었다.

나는 이 곳에 이르자 부터 주변과 공기속에, 산과 물 속에, 땅과 하늘사이에서 모두 고초(苦楚)와 비애를 느낄수 있었다. 이렇게 넓은 곳에서는 귓속말은 고사하고 목 놓아 부르는 웨침소리도 순식간에 적갈색의 허허벌판속에 흔적도 없이 잦아든다.

절경이 있는 곳에 인적이 깃든다. 고즈넉한 적막속에서도 겸손함과 따뜻함이 느껴지고 햇빛이 비추는 사막과 언덕이 만드는 그림자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억양속에 감동이 스며 있었다. 그 때 나는 사람들이 석굴을 만들게 된 동인을 알게 되었고 한생을 초월할 정신적인 욕구는 그 어떤 언어로든지 표현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곳에는 작은 다리와 흐르는 물과 보슬비, 기와집이 없고 얼굴이 초췌한 미인이 문인에게 기대어 창작된 아름다우면서도 원망하는 듯한 그림이 없다. 이 곳에는 웨칠수도 없는 황야만이 있고 토로할수 있는 벌과 가슴속에 숨긴 울분만이 있다. 죽음같은 적막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상상할수 없는 정열을 불태우기 마련이다.

(사진설명: 모래만의 명사산)

이렇게 궁벽진 곳에 막고굴과 같은 기적이 존재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면서 사람들이 왜 이런 불같은 정열을 차거운 산속의 동굴에 바쳤을까 하고 이해를 못한다. 사면팔방으로부터 사람들이 아리바라의 보물도 없는, 이렇게 궁벽진 곳에 위치한 어두운 동굴속으로 와 그들의 정력과 체력을 소모할 이유가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대대손손 이어가며 중국사상 최대 규모의 성대한 종교장소를 만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