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 이르러서도 돈황은 세인들이 다투어 찾는 곳이고 많은 관광객들은 세상의 시끄러움을 안고 이 곳을 가까이 한다. 하지만 오아시스를 지나 사막을 가까이 하면서 나는 내 머리위의 하늘과 주변과 산수가 사람을 강요하는 듯한 감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머나먼 옛날 달도 없는 어두운 밤 흙모래 날리는 나날에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언제든지 모래에 묻힐 가능성이 있었으리라, 그렇게 보면 자연에 대한 그들의 두려움은 태어날때부터 가진 것이었고 그러다가 그들은 갑자기 자연속에서 기적을 발견하고 생명의 모든 정열을 깡그리 드러냈으리라. 전하는데 의하면 막고굴은 절망에 빠져있던 떠돌이 스님이 저 멀리 삼위산의 하늘가에 놀 빛이 어린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땅바닥에 쓰러졌다고 한다. 그때로부터 그 스님은 새로운 생명을 시작했고 자신이 본 그 성스러운 흔적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그는 이 곳 삼위산 맞은 쪽에 석굴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옷 소매 스치는 사이에 황사는 수천년을 불었고 사람들은 아무런 후회도 없이 자신의 집착을 이 곳에 바쳐 수백개의 동굴에 그들의 마음의 빛을 위탁했다. 바로 그들의 생명이 새로운 의미를 띄였기 때문에 인적없는 사막의 위협에도, 마음속에 스며드는 덧 없는 처량함에도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고난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았을 것이다.

(사진설명: 망망한 삼위산)

연연 몇 리를 뻗은, 줄지은 동굴의 흑갈색 산벽을 바라보고 산 앞에 늘어선 울창한 고목을 마주하면 하늘에 검은 구름이 덮여 눈앞에 흰 빛 한 점 없어도 살아 숨쉬는 듯한 생기는 어쩔수 없다. 이 때 내 마음속에는 돈황의 문화재를 훔쳐간 외국인들에 대한 분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때 석굴을 지켰던 관료들에 대한 분개, 그리고 이 땅에서 살아온 중국인들의 무궁한 정신력에 대한 감탄과 존경심도 있었다. 거친 들판을 사람사는 땅으로 만든 것은 영원에 대한 소망과 초월함에 대한 추구를 나타내고 사람의 영을 충분하게 보여주어 생동하고 영적인 예술로 중국인의 지혜를 과시했다.

어떤 힘이 이렇게 대단한 마력으로 전국의 사람들을 불러 이 곳에 모든 것을 바치게 했는지 과거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어제의 사람과 오늘의 사람이 어느 한 때는 서로 마음을 연결할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머나먼 사막이 신성한 힘으로 변했음을 믿게 되었다. 하지만 인파속에 흘러든 나는 삼위산에서의 그 마음을 흔드는 조용함을 더는 느낄수 없고 떠들썩한 소음속에 마음이 울적하기만 했다.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적막이 혼란스러워지면서 나는 갑자기 몇 세기를 경유해 금방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선 듯했다. 선진적인 시멘트에 의해 격리된 석굴처럼 과거에는 영을 가진 찬란한 종교예술이 갑자기 현대인에 의해 당연한 듯 번호가 매겨지고 입장권 가격의 높낮이에 따라 관광객의 급별을 나누고 다시 분류대로 고급석굴과 그 보다 못한 석굴을 구경하게 한다. 관광단체의 혼잡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엽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돈황석굴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