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가욕관 장성)

세번이나 비행기를 바꾸어 타고서야 우리는 가욕관(嘉山谷關, Jiyuguan)공항에 도착했다. 가욕관시에서는 끝간데 없이 펼쳐진 사막을 볼수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경관은 머리속으로 상상했던 사막이 아니라 푸른 가지를 드리운 버드나무와 백양나무들의 오아시스였다. 고비사막의 한 가운데서 나서 자란 사람들은 가욕관이라는 이 오아시스를 정성들여 가꾸어 푸름속에서 해와 달을 맞이하고 보내고 있었다.

나는 가욕관의 한 여관에서 현지 지도를 구하자마자 "가욕관 장성"을 찾았다. 늦 가을의 찬란한 햇빛이 지도위에 한들거리는 나무 그림자를 던져 내 눈을 어지럽히는데 그 보다도 진정으로 내 눈에 비쳐드는 것은 한무제(漢武帝, Haneudi)때부터 시작된 성(城)-가욕관이었다. 이 성을 지키던 군사들은 벌써 땅에 묻혔지만 이 성은 태양아래서 2000년을 지나왔다. 멀리서 보니 성에 꽂힌 깃발들이 바람에 펄렁이고 있었다. 그러자 내 머리속에는 드라마에서 늘 보았던, 성문을 나와 전장으로 향하던 군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세월속에 과거의 그 웅위로움은 조금 손상이 간듯 하지만 가욕관장성은 조금도 피곤함을 보이지 않았다. 성문위와 성문아래, 성안과 성밖 모두 사람들로 흥성거리고 해설원의 목소리 또한 카랑카랑하게 들려온다. 그와 비교해 성문아래에 자리잡은 공예품 가게들이 오히려 한산해 보였다. 성문아래의 관제묘(關帝廟)에는 향이 하늘하늘 피어오르고 그 곁의 골동품 가게들은 한적하기 그지없는데 마치 가욕관의 한 경관인 듯 조화롭게 느껴졌다.

한(漢, Han)조이래 가욕관은 지리적 위치를 나타낼뿐만 아니라 역사적 위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가욕관장성이 보여주는 역사적 단면은 관객들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했고 가욕관을 찾은 사람들의 영혼을 울려 웅위로운 장성외에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 않게 했다. 벽돌 하나, 돌 하나, 끊어진 성, 심지어 나무 한 그루에서도 역사가 엿보인다. 눈에 띄지 않는 돌 계단에도 말발굽의 역사가 씌여져 있는 가욕관, 가욕관의 웅장함은 그 속에서부터 나온다. 진솔과 남성적인 강건함, 호방, 웅혼이 가욕관을 마주한 내 머리속에 꽉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