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천황평의 산과 물)

오늘날 이 세상은 점점 더 떠들썩하게 변하고 점점 더 사람들로 붐비는 것 같다. 해마다 관광지를 몇개씩 돌아보지만 가는 명소마다 관광객들이 서로 밀쳐 몸과 마음은 힘들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아주 아름다운 곳에서, 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잠시나마 속세의 번잡함을 잊고 조용히 한때를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그것이 나의 아름다운 소망일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정말 그런 곳을 찾게 되었다.

바로 천황평(天荒坪, Tianhuangping)이라는 곳이었다. 절강(浙江, Zhejiang), 안길(安吉, Anji)현에 위치한 천황평은 중국의 유명한 관광도시 항주(杭州, Hangzhou)에서 약 60km 거리인, 원시생태경관을 보유한 곳이다. 이 곳에 이르기 전에 우리의 목적은 천목산(天目山, Tianmushan) 풍경구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천목산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따라 절강 동남부의 밀림속을 가다가 이 곳에 이르렀다.

천황평은 네 면이 산에 둘러싸여 있는, 뭇산봉들 속에서 유일하게 평평한 곳이다. 천황평에서 남으로 1km거리를 가면 심산속에 숨은 폭포떼인 장룡백폭(藏龍百瀑)이 모습을 드러낸다. 망망한 수림속에 백개의 폭포가 흰 물갈기를 날리며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노라면 그 감수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다. 거기다가 작은 나무 다리, 벼랑을 깊숙이 파고 들어간 고대의 암석길인 잔도(棧道), 짚을 떠인 소박한 복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적교는 우리의 마음을 흡인하고도 남았다.

(사진설명: 천황평 폭포)

석벽에는 많은 문자들이 새겨져 있다. 전하는데 의하면 먼 옛날 백룡 한마리가 용왕 몰래 인간세상에 놀러왔다가 이 곳의 아름다운 경관에 끌려 돌아가지 않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겼다고 한다. 이런 전설들은 장룡백폭에 신비함을 더해준다.

폭포들 사이를 오가면 속세와 멀리 떨어진 듯한 감을 느끼게 된다. 푸른 산은 자연형성된 병풍처럼 도시의 번잡함을 산 너머에 남겨두어 이 곳에는 깨끗한 조용함만 있다. 이 때면 그 누구든 천만가지 걱정이 있다해도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다 잊게 된다. 날아내리는 폭포, 맑은 샘물, 산들바람,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대자연에 푹 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