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묵은 숙소는 두 산이 손 잡은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여관앞으로는 맑은 시내물이 졸졸 흘러가고 있었다. 두 산이 손을 맞잡고 서 있어서 깊은 밤이면 산 바람에 대나무 설레는 소리가 파도소리처럼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왼쪽 사진설명: 수림속의 숙소)

쾌적한 자연속에 처해 있으면 세계가 작아진듯한 감을 느끼고 생명의 존재를 더 알게 된다. 평소에는 해야 할 일들이 많고 우리와 얽힌 사람들이 많아 팽이처럼 바삐 돌면서 앞으로만 나가다 보니 리듬이 점점 더 빨라진다. 그러면서 다른 일과 다른 사람을 잊게 되는데 조용하고 편벽한 이 산속에서 조용함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면서 갑자기 잊어버린 그들을 떠올리게 되고 그 때문에 마음속에는 따스함이 더해지기도 한다.

우리는 여관의 베란다에서 차를 마시고 산의 특미를 맛보거나 환담을 나누면서 언제나 물 소리와 밤 하늘에 울리는 자연의 소리를 들었고 그와 동시에 생활에 대한 마음의 깊은 정을 느꼈다. 만물이 잠든 깊은 밤이면 생각은 오히려 아름다운 날개처럼 혹은 저 먼 과거로, 혹은 머나먼 곳으로 시공간을 임의로 날아다녔다. 조용함때문에 마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우리 일행중에 늘 한숨만 쉬던 친구가 있었는데 천황평에 도착해서 이틀도 지나지 않아 정신상태가 좋아지면서 입에서는 한숨대신 흥겨운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우리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고향말을 해서 우리는 "이 친구 과거로 돌아갔구나"고 감탄했다.

(오른쪽 사진설명: 천황평의 폭포)

해빛 찬란한 새 아침에 우리는 부근의 태호(太湖) 수원지로 출발하려 했다. 태호 수원지는 아주 아름다워 작은 구채구(九寨溝)라는 미명을 가진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이로 돌아간 그 친구는 "이곳이 좋아, 이 곳이 최고야, 난 아무데도 가지 않을테야"라고 하면서 기어이 천황평을 떠나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