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시기, 5백 여년의 상업 분투를 거쳐 최종 청나라 경제명맥을 주름잡았던 "천하제일의 부자그룹" 진상제국(晉商:산서출신의 부자그룹)은 청나라의 몰락과 더불어 토붕와해된 후 현재까지 재기하지 못하고 있다.

수백년 동안 일대 경제 풍운을 주도했던 진상그룹, 5백년의 두터운 상업경험과 상업지혜도 그 최후의 액운을 피면치 못하게 했다.

일부 학자와 오늘날 새로운 진상 후손들은 "대청제국의 부패와 무능"이야말로 진상을 무너뜨린 근본 원인으로 꼽고 있다.

흔히 대기만성이라고 하지만, 5백년의 기나긴 세월을 경과해서도 더욱 큰 기류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몰락한 원인은 아마도 진상들의 자체에서 찾아야 할 듯 싶다.

명청조대에 와서야 대기를 이룬 진상들의 가장 큰 자원적 우세는 소금이었다. 그 다음으로 산서는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 남북을 잇는 중요한 지리적 우세가 있었다. 셋째로는 사람이 많고 지역이 좁은데서 생겨난 생존압력도 진상그룹을 만들어낸 주요한 동력이었다.

이 5백년간 비록 왕조의 교체와 함게 전란과 천재도 다사다난했건만, 산서 일대는 상대적으로 안정이 지속됐는데 이 시기는 진상이 신속히 장대해지게 된 황금시기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진상의 상업경영 역사는 5백년을 훨씬 초과한다. 산서(山西) 해주(解州)의 소금자원은 일찍 춘추(春秋)시기에 벌써 대량의 부호들을 산출했었다.

백여년 전, 상해 등지에서 산서 상인들을 풍자해 광범위하게 불려진 민요가 있다.

"큰 이불을 둘러쓴 산서인, 돈 벌어 고향 돌아가네, 집 사고 땅 사고 가족 노소 먹여 살려야 한다네"

이 민요는 한마디 참어와 같이 진상들의 요해를 적중했다. 진상들의 꿈이란 바로 시골부자가 되어 고향에 돌아가 넓직한 집을 짓고 아내와 아들을 먹여살리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들이 모은 돈이 몇세대를 능히 먹여살릴 수 있을 정도로 많다 할지라도 말이다.

이 촌스러운 꿈은 결코 진상들을 탓해야 할  것만은 아니다. 가장 일찍 치부한 진상들은 모두 산서 현지에서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살길을 찾아 그들은 고향을 떠나 남북을 오가며 장도 운수업을 벌였다. 토비, 강도와 열악한 자연환경과의 박투속에서 수많은 산서 상인들이 서북지역 상업요충지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같이 생명으로 바꿔온 창업의 역사는 돈을 번뒤 고향에 돌아가 안락한 생활을 누리려는 진상들의 소박한 이상을 더욱 든든히 다져주었다.

장사길에 오른 진상들은 또한 운명을 하늘에 맡기는 전통이 있었다.

과거 안문관(雁門關)을 건너 이틀간 걸으면 기도지(岐道地)란 마을 부근의 황화령(黃花嶺)에 이르게 된다. 황화령에 올라서면 두 갈래 길이 나타나는데 한 갈래는 살호구(殺虎口)로 가는 길, 다른 한 갈래는 장가구(張家口)로 향하는 길이다. 이 두 갈래 길은 모두 몽골초원에로 통하지만 어느 길에 오르면 목숨을 부지하고 돈을 벌어올 수 있을까? 이 령마루에 올라서면 상인들은 저도 몰래 슬픔에 휩싸이게 된다. 사실 어느 갈래의 길에서나 모두 무수한 상인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생존이냐 궤멸이냐는 선택앞에서 그들은 울다가, 슬픈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 선택의 권리를 하늘에 맡긴다. 그들은 자신의 신발을 벗어 공중에 던지고는 신발이 떨어지는 방향의 길을 선택해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수백년동안 산서 상인들은 모두 이같은 방식으로 운명에 도박을 걸었다. 그들은 중국 서부의 카우보이와 같이 열악한 환경에 맞서 나서지만, 최종 뜻을 이루는 자는 극 소수이다.

산서 북부에 내몽골과 강을 사이 두고 마주한 하곡(河曲)이라는 자그마한 고을이 있다. 해마다 음력으로 7월 15일이면 고을 사람들은 강에 초롱을 밝히는 초혼 의식을 진행한다. 이 풍습은 청나라시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고을에서 덕성과 명망을 겸비한 연장자의 지령하에 사람들은 배를 황하의 중심에 몰고 가 초롱을 하나하나 강에 올려놓는다. 365개의 초롱은 일년 365일을 상징하며 타향에서 객사한 무수한 영혼들을 대표한다. 사람들은 매 하나의 초롱이 객지에서 비참하게 스러져간 망령들을 고향에 불러오길 바란다.

장사길에서 요행 살아남은 사람들은 차츰 부유해지기 시작했다. 속담에 3세대의 부자가 하나의 귀족을 생성한다는 말이 있다. 생명을 대가로 악착스레 부를 이룬 이곳 귀족들은 응당 원견성과 풍도를 갖추고 천하에 뜻을 둔 사람들이어야 하겠지만, 산서의 토착지주들은 실제상 그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