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춘애
세상에 마음을 따듯하게 덥혀주는 말은 많고도 많습니다. 새 옷을 입고 나온 사람에겐 참 예쁘네요 라고 말해 주면 그 사람에겐 자신감을 선물한 것이 됩니다. 예쁜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예쁜 미소를 자연 지을 수 있고 또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기게 되니까요. 출근하고 만나는 동업자에게 '좋은 아침' 이라고 인사 나누면 참 좋은 하루가 같이 할 것 같은 좋은 기분을 만들어 준거나 다름없습니다. 좋은 아침은 좋은 하루의 시작이 되니까 하루 생활의 시작이 상쾌해서 좋아지겠지요. 점심을 함께 하는 사람을 마주하고 있을 때는 맛있게 드세요 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먹는 음식에 사랑의 옷을 입혀주고 구미에다 맛을 담아준 셈이 되지요. 맛이 있게 식도로 흘러드는 음식물은 건강에도 참 좋은 영양소로 남는다지요. 잠자리에 드는 친구를 보고 잘 자요 라는 인사말을 남긴다면 어떠할 가요?! 인사말에 그치겠지만 그 친구에게는 하루에 있었던 언짢은 일 같은 것이 소리없이 사라지어 개운한 마음으로 새 날을 맞을 아름다운 생각을 하게 하겠지요. 그리고 새 날의 해가 뜨면 그도 편안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일과 마주 설수 있는 힘도 고여지겠지요. 애기 업고 지나가시는 할머니를 그저 스치지 말고 손주님 참 토실토실하네요 라고 한다면 그 할머님께서는 주름살을 쭉 펴시며 자랑스러워 하실 것입니다. 그러는 속에 손군에 대한 사랑을 다시 다지고 할머니로서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가 하는 느낌도 진하게 하실 것입니다. 만년의 복이란 여러가지겠지만 손군들이 씩씩하게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할머니로서의 큰 행복이 아닌가요! 떡볶이를 먹으면서 '이 집의 떡볶이는 정말 알아줘야 해요'라는 말을 했다가 평일에 500원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 분량만큼 공짜로 먹은 적이 있다는 룸메이트의 이야기를 들은적 입답니다. 아무 떡볶이 장사에게나 다 하는 말이래도 괜찮을 듯 합니다. 그 아줌마가 맛이 좋다는 말을 완전 그대로 믿어서 그렇다기보다 말 속의 말을 읽어 내였기 때문이라고 봐야지요. 마진이 별로 없는 장사지만 그래도 돈을 벌 길은 끊이지 않겠구나, 내 맛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희망다운 생각이 그의 심정이 따뜻한 집을 지어주었으니 말이죠. 이러한 것을 보고 사기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요. 직장 찾기가 하늘 별따기만 하다고 하는 요즘 세상에 만약 면접에 스스로가 실패했다고 울상 짓는 사람을 만났다면 참 잘 했어요, 잘 될거예요 라고 말해주었을 때 어떠한 효과를 만들가요?! 아마도 실망의 빛을 감추고 어디에든 다시 도전하고자 하는 사상을 그 시간부터 품어볼 거예요. 또 그래서 어딘가 모를 곳에 기다리고 있는 좌절을 이겨낼 수 있는 힘도 미리 준비해 주게 되는 셈이지요. 어머님 하신 음식을 먹어 보고 맛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정말 맛있네요 엄마가 만든 음식은 최고예요 라고 말씀드린다면 엄마는 하루의 피곤을 투자하여 행복을 바꿔오는 좋은 시간을 가지게 될 겁니다. 자기의 얼굴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하는 일에 대한 한 같은 것은 자연 희미해질 것이고 자기가 얼마나 소중한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새삼 느껴보게 되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더 맛좋고 풍성한 식사를 준비해 주시기도 하겠지요. 퇴근시에 달랑 아이스크림을 하나만 사다 주시는 아빠라 해도 우리 아버진 진짜 좋은 분이시다 아이스크림도 사주시구요 라고 말해보세요. 그러면 아빠는 다음엔 아이스크림 한 박스를 사다 주실 겁니다. 그리고도 또 무엇이 필요하냐 라고 인자하게 물어도 보실겁니다. 출근하시는 아빠에게 우리 아버지 정말 멋있다 라고 하면 아빠는 젊음의 휘바람 소리를 내며 운전을 하실 거예요. 하루 일이 더는 지루한 것이 아니라 자기를 멋있게 봐주는 자식들에게 더 좋은 아버지로 되기 위해 열심히 일도 하시겠지요….
다른 말로 바꾸어 말의 최고는 따뜻한 정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그것은 냉혹한 사회가 웨쳐 부르는 천사 같은 존재입니다. 세상에 제일 하기 쉬우면서도 제일 하기 힘든 것이 칭찬이라고 한다지만 칭찬은 항상 인간에게 새 인간의 길을 열어주는 힘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말은 허위도 아니고 가식도 아닙니다. 좋은 말 한마디의 가치는 냄새나는 돈 저울로 가늠하기엔 너무도 아름찬 것이지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받아야 마땅한 한 마디 말에도 감동이 온다는 것을 느껴보게 된 적이 있습니다. 한빛 아파트단지 내에서 어떤 아저씨가 내 차의 앞 차체를 박았습니다. 과외강의시간은 다 되었는데 차는 찌그러지고 마음도 놀라서 막 거칠어지려고 하는데, 보험이니 뭐니에 사사 건건 따짐이 없이, 이것은 제가 일절 잘못 운전하여 생긴 일이니 100%로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라고 하시겠지요. 그 아저씨의 말 때문에 감동을 먹고 까칠해지던 마음이 금시에 포근해졌던 기억을 지금도 생생하게 갖고 있습니다. 차사고에 어리둥절해진 마음을 안정시켜준 것은 바로 그 한마디 짤막한 말이었습니다. 그 감동이 심장 속에서 커고 커서 오늘 이 글을 써보는 계기를 심어주기도 했답니다. 그 짤막한 말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 한마디 말 때문에 가난한 유학 생활을 부자로 마무리 한듯한 마음입니다. 올해 설이 내리는 선물은 고운 말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2009/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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