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재주를 비유한 성구가 있습니다. 이 성구가 바로 鸡鸣狗盗，계명구도란 성구입니다.

鸡鸣狗盗, 계명구도—이 성구는 鸡 닭 계자, 鸣 울 명자, 狗 개 구자, 盗 도둑 도자로 이루어져서 닭의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이라는 뜻으로 되겠습니다. 이 성구는 <사기 맹상군열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전국 시대 중엽, 제나라 맹상군은 왕족으로서 재상을 지냈던 정곽군의 40여 자녀중, 서자로 태어났으나 정곽공은 자질이 뛰어난 그를 후계자로 삼았습니다.

이윽고 설 당의 영주가 된 맹상군은 선정을 베푸는 한편 널리 인재를 모아 천하에 명성을 떨쳤습니다. 수천명에 달하는 그의 식객중에는 문무지사는 물론 밤에 개가죽을 둘러쓰고 인가에 숨어들어 도둑질을 일삼는 좀도둑인 '구도'에 능한 자와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자까지 있었습니다.

이 무렵, 맹상군은 진나라 소양왕으로부터 재상취임 요청을 받았습니다. 내키지 않았으나 나라를 위해 그는 이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그는 곧 식객 중에서 엄선한 몇 사람만 데리고 진나라의 도읍인 함양에 도착하여 소양왕을 알현하고 값비산 호백구를 예물로 진상했습니다.

호백구란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가죽을 여러 장 모아 이어서 만든 갖옷을 말합니다. 이 호백구는 귀족, 고간 대작만이 입을 수 있었기때문에 귀족의 상징물이 되기도 했습니다.

호백구를 받은 소양왕이 맹상군을 재상으로 기용하려 하자 중신들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전하, 제나라의 왕족을 재상으로 중용하심은 진나라를 위한 일이 아닌줄로 아옵니다.>

그래서 둘 사이의 약속은 깨지고 말았습니다. 소양왕은 맹상군을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었습니다. 그가 원한을 품고 복수를 꾀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를 은밀히 죽여버리기로 했습니다.

이를 눈치챈 맹상군은 궁리 끝에 소양왕의 총희에게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러자 총희는 엉뚱한 요구를 내놓았습니다.

<내게도 진상한 것과 똑같은 호백구를 주시면 힘써 보지요.>

당장 어디서 그 귀한 호백구를 구할 길이 없었던 맹상군은 맥이 빠졌습니다.

이 사실을 안 <구도>가 그날 밤, 궁중에 잠입해서 전날 진상한 그 호백구를 깜쪽같이 훔쳐내어 총희에게 주었습니다. 소양왕의 총희는 간청에 못이겨 맹상군의 귀국을 허락했습니다.

맹상군은 일행을 거느리고 서둘러 국경임 함곡관으로 향했습니다. 한편 소양왕은 맹상군을 놓아 준것을 크게 후회하고 추격병을 급파했습니다.

한밤중에 함곡관에 닿은 맹상군 일행은 거기서 더 나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첫닭이 울 때까지 관문을 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행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닭울음소리를 잘 내는 <계명>이 인가쪽으로 사라지자 첫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어 동네 닭들이 한결같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잠이 덜 깬 병졸들이 눈을 비비며 관문을 열자 일행은 그 문을 나와 말에 채찍을 가하여 쏜살같이 어둠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추격병이 관문에 닿은 것은 그 직후였다고 합니다.

계명구도, 이 성구는 바로 이런 이야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성구는 하찮은 재주를 가진 사람을 비유한 성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