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닭밥은 다른 곳의 닭밥과 전혀 다르다. 1920년대쯤에 해남출신의 한 사람이 싱가폴에 가서 닭고기 장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단순하게 닭고기만 판 것이 아니라 사면 즉석에서 먹을수 있는 닭밥을 만들어 팔아 인기였다.
그가 해남출신이라 닭밥의 이름을 해남닭밥이라 했는데 오늘날은 싱가폴뿐만이 아니라 동남아 각지에서 해남닭밥이 인기를 누리고 있고 심지어 광동(廣東, Guangdong)요리에 드는 국수, 인도네시아 볶음밤과 함께 아시아 특색의 음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남닭밥을 만드는데는 까다로운 절차가 있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많은 마늘과 생강을 기름에 튀겨서 파잎에 싸서 닭고기뱃속에 넣어 향을 낸다.
큰 가마에 물을 끓이다가 소금을 한 숟가락 넣고 다시 끓이고 또 한 숟가락 넣어 간을 맞춘다. 그리고 통닭에 소금을 발라서 끓는 물에 넣어 5분간 데친 뒤 꺼내서 찬 물에 담그었다가 다시 끓는 물에 넣는 것을 반복한다.
닭의 크기에 따라 반복하는 횟수를 정한다. 닭이 맞춤하게 익었다고 판단되면 꺼내서 바람에 말린다.
닭을 데친 국물을 조금 넣어 파와 쌀을 볶다가 역시 닭국물을 넣어 밥을 짓는다. 나머지 국물에는 야채를 넣어 국물을 마감한다.
닭국물로 지은 밥을 그릇에 담고 다른 그릇에 닭고기를 담으면 닭밥이 되는데 밥은 기름기가 찰찰 넘쳐 고기를 먹지 않고 쌀밥위에 간장을 쳐서 밥만 먹어도 별미이다.
닭고기 또한 별미인데 해남닭밥의 포인트는 닭고기가 맞춤하게 익어야 한다는 것이다. 닭고기가 너무 익으면 닭고기의 맛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닭뼈주변의 고기가 복숭아색갈을 내고 닭뼈에 피가 조금 보일정도로 익었을때가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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