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회] 골목을 그리는 노인
청취자 여러분, 이 시간에는 골목을 그리는 노인 한분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골목과 사합원(四合院)은 베이징 건축의 상징입니다. 베이징 고층빌딩의 뒷면에 가로세로 뻗어 있는 골목들은 베이징에 이색적인 색채를 더해 줍니다.
도시의 현대적 정취와는 달리 회색의 벽돌과 기와로 만들어진 사합원과 담장위에 자란 시든 풀들은 변화무쌍한 세월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이 노인은 베이징의 골목을 손금 보듯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도보로 베이징의 골목들을 모두 답사했습니다.
베이징의 골목들은 좁다랗고 유연하게 뻗어 있는데 마치도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겪은 노인과 흡사합니다.
골목 양측의 사합원들은 모두 대문을 활짝 열고 조용히 해볕을 쬐고 있습니다. 해살 밝은 날씨에 하늘도 파랗습니다. 길다랗게 이어진 길가에서 버드나무와 백양나무, 홰나무들이 바람따라 가지를 흔들거립니다.
베이징의 골목 수와 각자 골목의 길이와 넓이 그리고 특징에 대해서는 베이징에 살고 있는 시민들도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지난 20여년간 서료(舒廖) 라고 부르는 이 노인은 베이징 옛구역의 골목들을 모두 답사했습니다.
이 노인은 키가 크지 않고 몸체도 야윈 편입니다. 그는 두눈에 검은테 안경을 걸고 낡은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찾는데 큰 나무아래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이러저리 돌아봅니다.
올해 80세인 서료 노인은 토배기 베이징사람입니다. 그는 1980년대 말부터 사진기를 소지하고 골목을 답사했습니다.
그의 말입니다. 음향1
"사진을 찍으며 골목의 역사 공부를 했습니다. 기록이 있으면 앞으로 글도 쓸수 있지요. 80년대에 시민들은 주민주택을 개선할 것을 많이 호소했습니다. 주택조건을 개선한다면 낡은 집을 허물거라고 생각하고 저는 이런 낡은 집들을 사진에 담아 보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1987년 3월 1일에 골목답사를 시작했습니다."
서료 노인은 어릴적부터 베이징 남쪽의 골목에서 생활하여 베이징 골목에 깊은 감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골목사진을 찍은후 한가지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그의 말입니다. 음향2
" 동직문(東直門) 안쪽의 북신교(北新橋) 일대 몇개 골목은 모두 영강(永康) 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영강골목, 전(前)영강, 후(後)영강, 후영강 1항(巷), 후영강2항라고 이름한 골목이 설로 얼기설기 연결되었습니다. 반나절이나 돌아다녔지만 이들사이의 관계를 밝히지 못했습니다. 참, 헛고생을 한거지요. 그래서 저는 골목지도를 그릴 결심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골목지도를 제작하려는 생각이 있은후 서료 노인은 더욱 바삐 보냈습니다. 측량지식이 부족했던 그는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갔습니다.
그는 큰 줄자를 구해서 골목을 측량하려고 했는데 이 방법은 결국 실패가 끝났습니다. 골목을 찾아 줄자를 늘이면 이곳 주민들이 찾아와 뭘 하는 사람인가고 따져 물었습니다. 또한 골목길을 오고가는 행인들이 많아 측량 진도를 낼수 없었습니다.
그후 서료 노인은 한 지인의 소개로 좋은 방법을 하나 생각해 냈는데 자기의 보폭으로 골목의 길이와 폭을 재기로 했습니다.
노인의 다섯 발자국이 3m에 상당했는데 골목을 보폭으로 잰후 수치를 기록부에 적었으며 다시 집에 돌아와 미터 수로 환산했습니다.
이때로부터 서료 노인은 얼키설키 복잡하게 뒤엉킨 베이징의 수많은 골목들을 걸음 보폭으로 측량하기 시작했으며 이 사업을 20년간 견지했습니다.
골목길 측량수치를 기록한 노인의 기록부를 쌓아 놓으면 그 높이가 1자를 넘는데 이런 기록부들은 골목마다의 길이나 폭, 모퉁이, 합류점을 상세하게 기록했을뿐 아니라 골목에 위치한 회관, 고목, 고택의 위치도 기록했습니다.
서료 노인은 자신의 보폭으로 베이징의 역사를 기록하고 베이징의 두터운 문화를 기록했습니다. 역사 연구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서료 노인은 베이징의 골목을 답사하면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이야기도 찾아냈습니다. 그의 말입니다. 음향3
"골목을 답사하다가 별로 크지 않은 고택을 발견했습니다. 대문에는 건세충사(乾世忠祠) 라는 글이 씌여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모두 이 집 내력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후 고택의 주인을 찾아 문의했는데 이 사람이 바로 건륭황제의 제33대 손자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홍세(乾鴻世)라 부르는 집주인은 저에게 건륭황제의 역사적 공적과 함께 건세충사의 역사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때 저는 큰 감동을 받고 반드시 이 내용을 꼭 기록할 것이라고 작심했습니다."
2002년까지 서료 노인은 베이징 구시가지의 모든 골목에 대한 답사를 끝내고 베이징골목전도(全圖) 제작에 착수했으며 8년간의 피타는 노력을 거쳐 2011년에 지도제작에 성공했습니다.
그의 골목전도는 모두 30장으로 되었는데 베이징 고시가지 골목의 역사를 생동하게 기록하여 오랜 베이징인들의 인정미를 구현했습니다. 그의 말입니다. 음향4
" 저는 어릴적에 베이징 남쪽의 도연정(陶然亭) 공원 주변에서 살았습니다. 집 주변 회화나무골목 입구에 큰 나무 한그루가 있었는데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나무밑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더위를 달래군 했습니다.어른들은 신바닥을 만들고 아이들이 나무주위에서 뛰놀면 모습이 지금도 눈이 생생합니다."
베이징을 사랑하는 서료 노인은 23년의 시간을 들여 골목의 그리면서 영원히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었고 우리가 베이징을 더한층 이해하는데 최적의 창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지금 베이징 핵심도심구역의 오랜 골목들은 다시는 철거하지 않고 원 모양에 따라 보수합니다. 때문에 청취자 여러분께서 베이징을 방문할때 서료 노인이 만든 지도를 구입한다면 베이징골목의 생생한 이미지를 더욱 잘 이해할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골목을 그리는 노인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노래 한곡 들으시고 다음 순서로 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