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계에 고객은 하느님이라는 말이 있다. 소비자들이 좋은 서비스를 향유할수 있게끔 하는 좋은 서비스용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느님"도 고민할때가 있다. 무책임한 판매업자앞에서는 "하느님"도 그냥 속을 끙끙 앓을수밖에 없다.

며칠전 퇴근후 친구와 함께 슈퍼마켓에 갔었는데 경비원이 저녁 아홉시에 문을 닫으니 시간을 단축하라고 일깨워주는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40분밖에 남지 않았는지라 우리는 부랴부랴 필요한 물건들을 주어담고 영업정지 20분전에 계산대앞에 줄을 섰다. 초조한 기다림속에서 10분이 지나갔고 우리 앞에는 서너명의 고객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스피커에서 "이제 10분밖에 남지 않았으니 계산대는 결산을 중지하며 고객들은 지하 1층에 가서 결산하라"는 통보가 울려퍼져 나왔다. 마지막 10분내에 결산을 마무리할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할때 경비원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이미 결산을 중지했으니 지하1층에 가서 결산하라는것이다. 지하1층까지 가려면 10분은 족히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10분내에 우리 차례가 돌아오지 않으면 지하1층으로 가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경비원은 무전기에 대고 계산대가 결산을 중지했다고 재차 통보하라고 알렸다. 스피커에서는 인츰 "영업시간이 이미 지났으니 계산대는 결산을 중지하며 고객들은 지하 1층에서 결산하기 바란다"는 통보가 울려나왔다. 결산을 기다리고 있던 고객들은 아직 분명히 10분이 남았는데 왜 결산을 중지하냐고 경비원에게 따지고 들었다.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과는 영업시간이 이미 끝난것으로 됐고 우리들의 "하느님"생애도 끝나버리고 말았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할수록 실망할수밖에 없었다. 영업원들의 소질이 어떻다고 평가하고 싶지는 않고 소위 "하느님"도 영업원들이 꼭 웃는 얼굴로 고객을 맞이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지만 적어도 영업규범은 지켜야 할게 아닌가? 10분이란 시간은 매우 짧지만 영업업체의 신용과 소비자의 권익과 연관돼 있는것이다.

지금 정부로부터 상품의 품질을 중시함으로서 소비자들의 이익을 더 잘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품질중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홀시할수 없다. 서비스의 질이 바로 이 범위에 속하는것이다.

요즘 서비스의 질로 인한 소송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일부 영업업체들의 직원소질이 높지 못한것은 매우 중요한 원인이 된다. 그러나 또 홀시할수 없는 부분은 물욕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많은 업체들이 이익만 따지고 매매관계속의 본질적인 부분인 신용을 중시하지 않는다는것이다.

어릴때 책에서 봤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외국의 한 노인이 천원어치 동전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들고 예금하러 은행에 갔다. 여러개 은행을 돌아보았지만 은행직원들은 동전을 세는 시끄러움때문에 거절해버렸다. 마침내 어느 한 은행의 직원이 열성스럽게 노인을 맞이하고 예금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틀후 이 은행은 몇백만원의 예금신청을 받게 됐다. 동전을 예금한 그 노인은 백만장자였던것이다. 그가 동전을 예금한 목적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신용도가 높은 은행을 선택해 필생의 저축을 맡기려고 한것이었다. 이 은행은 고객은 하느님이라는 취지를 확실하게 지켰기 때문에 큰 액수의 업무를 받아들일수 있었던것이다.

이 오래된 이야기에 내포된 간단한 도리는 영업업체와 고객사이에 뛰어넘을수 없는 한계가 된다. 영업시간을 앞당기는것은 너무나 작은 일이지만 고객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는 확연히 드러나있다. 이런 작은 일들이 쌓이고 쌓이면 업체에 대한 고객의 신임은 깨지고 마는것이다.

매매쌍방의 신용과 상호 신임의 양호한 관계는 조화로운 사회를 이끌어가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영업업체들이 진정 고객을 하느님으로 생각한다면 "하느님"의 시간을 훔치지 말아야 하는게 아닐까?

(편집: 안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