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장계(平板長溪)에 이르렀다. 이 시내물은 넓이 10m, 길이 1,000m인데 시내물 바닥이 깎은듯 반듯하고 자갈 하나 없어서 용왕이 새우병사를 연마시키기 위해 닦은 훈련장인가 보다. 물은 또한 더 없이 맑아 물속을 걸으니 강바닥이 부드럽게 발을 만져주고 물고기가 발 사이를 오간다. 물속을 걷다기 힘이 들면 강변 그 어디서나 볼수 있는 그네에 앉아 강가의 들꽃이 어떻게 돌위에 앉은 나비와 데이트 하는지를 본다.

우리는 계속 걸었다. 물은 모양을 다양하게 바꾸었다. 혹은 시내물을 만들고 혹은 수많은 폭포를 형성하고 혹은 담소로 변하였다. 이런 수려한 산수외에도 우리가 감탄한것은 산길 양켠에 뻗은 대나무와 다락밭이다. 곧게 높이 솟은 대나무와 곧게 뻗은 다락밭의 조화는 말로 형용이 되지 않았다.

누군가 "발 아프고 목 마르다"고 웨치는 바람에 우리는 그제서야 우리의 몸이 고달프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한 농가의 문을 두드렸다. 나이든 부부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할머니는 소박한 사발에 물을 떠서 우리에게 주었다. 같이 간 한 친구는 뜰안에 놓여 있는 돌 절구를 따라 뱅뱅 돌고 다른 한 친구는 나무로 만든 투박한 옷 걸이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 옷 걸이에 실크옷을 걸면 어떤 모양일가 생각해 보았다.

할아버지는 산정까지 아직도 두 시간이 걸릴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벌써 오후 네시라 정상까지 오르면 산을 내릴때 어둠속에 내려야 된다고, 거기다가 지금은 비까지 오지 않냐고 걱정하였다. 약 30초의 침묵을 거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듯 함께 몸을 돌려 오던길로 향하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금방 지나쳤던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하여 유감이 없었다.

다리는 최선을 다 한다. 다리는 경치가 수려한 폭포나 시내물위에 가로 드러누워 사람들에게 밟힌다. 이 곳의 다리 역시 여러가지 모양을 한다. 흔들거리는 철사다리, 나지막한 돌 다리, 허리를 굽힌 무지개다리, 평탄한 다리…그 중 나는 구곡교(九曲橋)를 가장 좋아한다. 구곡교는 푸른 파도위에 걸쳐졌는데 꼬불꼬불한 몸과 손 잡이에서 이 곳 산과 물의 영기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