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의 약용온천에서는 청신한 약냄새가 풍긴다. 약냄새는 사람들에게 건강신호를 전달하는 외 정신적인 향유를 주기도 한다. 그밖에 큰 물독에 쓴 주(酒)자를 보면서 사람들은 술온천에 매료되기도 한다. 술온천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벌써 술의 향기가 풍겨오는데 술의 향기와 온천이 미묘하게 하나로 융화되는 그 자체가 무드을 열출하기에 충분하였다. 나는 사지를 죽 펴 술온천에 온 몸을 편안하게 맡기고 자유로운 마음이 손과 발끝으로부터 흘러나오게 하였다. 눈을 감으니 며칠동안 쌓였던 피로가 모공을 통해 가신듯 사라졌다.
벽수만 온천은 사람들에게 잊지못할 정감을 안겨준다. 그 속에서 물의 안마를 받으면 온 몸의 근육이 풀리고 온 몸의 맥이 뛰놀아 혹은 춘삼월의 비처럼 부드럽고 혹은 2월의 봄 바람처럼 싱그럽고 혹은 폭포처럼 강해져 새로운 감을 준다.
온천에 들어가면 행복하다. 땀이 줄줄 흐르는 고온 온천은 더욱 행복하다. 고온 온천에 들어가 수증기를 동반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용솟음치며 북받쳐 오르는 자욱한 물안개가 몸과 마음을 뚫는다. 그리고 나서 찬 물에 들어가 몸을 냉각시키면 갑자기 천성이 폭발해 노래를 부르거나 크게 웨쳐 자연속에 나의 우렁찬 소리가 들리게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별빛과 동무하며 하는 맨발바람으로 자갈을 깐 길을 걸었다. 청신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귀가에서는 뀌뚜라미가 즐겁게 노래 부른다. 거기다가 아름다운 몸매의 미녀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오가면서 분위기를 더 살려준다.
온천욕을 실컷 즐기고 나서 우리는 벌레들의 노래를 들으며 시원한 밤 바람을 맞으며 음식광장으로 갔다. 이름도 들어본적 없는 종화의 특미들을 맛 보며 우리는 술잔을 기울였다. 호방함과 부드러움이 술속에서 하나로 융화되고 세속의 번뇌가 저 멀리로 사라졌다. 우리는 달밤의 낭만을 즐기며 높은 산과 흐르는 물의 대범함을 위해 취하도록 술을 나누었다.
이른 아침 우리는 산정에 올라 경치를 보았다. 태양이 맞은켠 산등성이에서 서서히 떠오르고 조용한 벽수만 온천풍경구는 시내물가 푸른 수목속에 안온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멀리에는 뭇 산들이 기복을 이루고 구름의 그림자는 수풀의 푸름을 따르는듯 하고 누각, 정자, 복도의 그림자는 온천물속에 거꾸로 비껴있다. 어제 저녁의 명월은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벽수만의 아침은 시원한 바람으로 상쾌하고 우아하다. 이 곳에서는 걷고 싶은 욕구도 없이 그저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과 밤 하늘을 장식한 별들을 보며 온 몸의 피부와 뼈 모두가 물과의 만남만 기대해 마음은 속세와 단절하고 조용해지고 싶어 한다. 아 아름다운 벽수만이어!
1 2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