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관(陽關, Yangguan)을 나서니 버드나무와 백양나무는 여전한데 음악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BC 121년부터 BC111년까지사이에 흉노족을 막기 위해 한무제는 하서주랑(河西走廊)을 무위(武威, Wuwei), 주천(酒泉, Jiuquan), 장액(張掖, Zhangye), 돈황 등 네개 군(郡)으로 분류하고 주천으로부터 돈황까지의 장성을 연결하고 돈황의 서쪽에 옥문관(玉門關, Yunmenguan)과 양관을 세웠다. 옥문관과 양관은 서역에서 하서주랑과 중원을 드나드는 관문으로, 병사들이 삼엄하게 지키는 요충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날의 양관에는 과거의 흔적이란 없고 한조때의 연화대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사진설명:양관)

한조때는 옥문관을 나서면 서역이라고 했다. 그 때문에 옥문관은 예로부터 나그네의 아픔을 이끌어냈다. 그래서 "살아서 옥문관으로 다시 돌아오리라", "봄바람도 옥문관을 넘지 않네"와 같은 비감한 싯구들이 옥문관을 나가던 사람들의 처량함을 잘 보여준다. 오늘 날 내가 본 옥문관은 그냥 넓은 서역의 벌판에 남은 네모진 유적이었다. 응고된 듯한 이 유적에서는 역사의 흐름은 볼수 없었지만 나의 사색은 어느새 2000여년전의 한조로 거슬러 올라갔다.

(사진설명: 옥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