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오늘도 여전한 고 운하)

열차가 조장(棗庄, Zaozhuang)에 이르기도 전에 함께 간 한 작가가 나에게 조장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산동(山東, Shandong)의 남쪽을 굽이도는 옥같은 띠가 있는데 그 것이 바로 조장의 대아장(台兒庄, Tai'erzhuang) 운하라고 했다. 그는 대아장 운하는 기나긴 역사의 흐름속에서 혹은 담담한 숙녀처럼 혹은 피끓는 사나이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고운하의 부두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황혼이었다. 멀리 마을에서는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유유히 물음표를 만들고 있었고 물위의 어선들에서는 불빛이 반짝이고 기슭의 버드나무는 검은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하던 조장인이 웃으며 이렇게 물었다. "이맘때면 베이징은 거리마다 불빛으로 환하고 인파로 넘치겠죠?" 그 말에 나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출발이군요.'라고 대답했는데 머리속에는 "해는 지고 강물과 하늘은 멀어지네"라는 시가 떠올랐다.

우리는 행운아였다. 밤의 운하유람에서 고대인들이 사용했다는 나무배를 타고 달빛아래 삐걱삐걱 노 젖는 소리를 내며 환한 수면에 비낀 달과 함께 하니 말이다. 달빛과 강물이 일색으로 된 운하위를 흐르면서 나이든 뱃사공이 뱃머리에서 전해주는 운하의 옛 이야기를 들으니 마치 꿈속을 헤메이는 듯 나의 사색은 어느새 먼 옛날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