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뱃사공과 다시 만날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고나서 뭍에 올라 청석길을 깐 월하가(月河街)에 들어섰다. 날아갈듯한 처마와 두터운 담을 한 양쪽의 고대 민가들은 어제의 그림자를 비추는 듯 했다. 점포들은 무게있는 북방 건물의 특징도 가지고 아담한 남방의 풍격도 구비해 달빛아래 이런 뜰안 벽돌사이에서 세월이 잠자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사진설명: 조장의 어제를 보여주는 담)

고운하 기슭의 조장은 애초에 대추로 인해 지어진 이름이다. 후에 조장이 군사요충지로 되어 군사가들이 서로 다투면서 끝없이 펼쳐진 대추나무밭이 조금씩 전쟁의 포화에 사라져 오늘은 대추나무는 없고 석류원만이 남아있다. 내가 석류원에 앉아 불같은 석류꽃을 보면서 고운하의 어제를 되새기는데 고운하쪽에서 긴 뱃고동소리가 들려와 나의 사색을 흐트러놓았다.

내가 생각에서 깨어 보니 어느새 하늘에서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우산을 받쳐들고 고운하 기슭의 산정에 올라 운하를 내려다보았다. 운하는 여전히 꿈속에 잠긴듯 했다. 단, 고운하 기슭의 석류꽃과 푸름이 고운하에 활력을 안겨주어 고운하를 더욱 수려하게 단장시킨듯 했다…

(끝)